세계 조선 업황의 침체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의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선가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대규모 충당금이 적립된 탓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54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94% 감소했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적자 전환하며 당기순손실 3500억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일제히 ‘어닝쇼크(기대 이하의 실적 발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로 조선 업황이 크게 침체되며 국내 조선사들의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긴 했지만, 예상보다 수익성이 더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양증권의 이재원 애널리스트는 “표면적으로는 조선부문의 충당금 등 일회성 손실이 어닝쇼크의 주요 요인이지만, 영업이익률이 4% 수준으로 하락하며 수익성이 가파르게 떨어진 것을 고려하면 이번 실적 악화가 단순히 일회성 요인에 따른 것으로만 보기에는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중공업(010140)과 대우조선해양역시 전망보다 좋지 않은 실적을 발표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263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8.4% 증가했지만, 충당금을 쌓으며 당기순이익은 732억원으로 60% 가까이 감소했다. 빅3 중 가장 견고한 실적을 발표했지만, 예상에는 미치지 못했다. 변경된 회계기준을 적용한 대우조선해양도 고가 선박 건조 비중이 작아지며 지난해 4분기 43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국내 빅3의 실적 부진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저가 수주한 선박 물량이 앞으로 매출에 반영될 예정이다. 다만 국내 조선 빅3 들이 해양플랜트로 사업 부문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