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부진으로 국세가 계획보다 2조8000억원 덜 걷혀 총세입이 3000억원 덜 징수된 282조4000억원으로 확정됐다. 국세 수입은 203조원으로 전년보다는 5.5% 증가했지만 예산에는 못 미쳤다. 세입이 예산에 미달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세금을 거둬 쓰고 남은 돈인 세계잉여금은 사상 처음으로 적자가 발생했다.

기획재정부는 8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박재완 장관, 성용락 감사원 감사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2012 회계연도 총세입부ㆍ총세출부를 마감하고 지난해 정부 전체의 수입과 지출 실적을 확정했다.

총세입부와 총세출부는 정부의 세입ㆍ세출 예산 집행결과를 중앙관서별ㆍ회계별ㆍ예산과목별로 기록한 총괄 회계장부다. 한 회계연도의 출납을 마무리짓고, 정부 전체의 세입ㆍ세출 실적과 세계잉여금 규모를 확정하는 데 의의가 있다.

◆ 국세 예산보다 덜 걷혀‥근로소득세·관세·농특세 미달

지난해 국세 수입은 203조원으로 2011년(192조4000억원)보다 5.5%(10조6000억원) 늘었다. 그러나 예산(205조8000억원)보다도 1.3%(2조8000억원) 덜 징수됐다. 지난해 9월 예산안 발표 시 수정된 전망(203조3000억원)과 비교해서도 3000억원이 모자랐다. 재정부는 "소득세, 법인세 등 주요세목은 대부분 양호하지만, 경기회복 부진에 따른 민간소비ㆍ수입 둔화로 부가가치세와 관세 등의 수입이 부진했다"고 밝혔다.

주요 세목별 수입실적을 보면 소득세는 지난해보다 3조5000억원 늘어난 45조8000억원으로 예산과 동일한 수준으로 걷혔다. 종합소득세는 2011년의 경제 성장과 성실신고 확인제도 도입으로 자영업자 신고 소득이 늘면서 1조6000억원 늘어난 9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예산 대비로도 1조3000억원 더 걷혔다.

근로소득세는 전년보다 1조2000억원 늘었지만 예산보다는 7000억원 덜 걷힌 19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취업자수 증가와 명목임금 상승에도 원천징수세액 인하조치로 예산 대비 부족했다. 법인세는 전년보다 1조원, 예산보다 1조4000억원 증가한 45조9000억원이 걷혔다. 법인 신고소득 증가 에 따른 결과다.

부가가치세는 전년보다 3조8000억원 증가한 55조7000억원이 징수됐으나 민간 소비 증가 둔화 영향으로 예산과 비교해서는 1조1000억원 줄었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전년보다 2조3000억원, 예산보다 1000억원 늘었다. 2011년 12월31일이 공휴일(토요일)인 영향으로 세수 연도가 이월된 데 따른 것이다.

관세는 수입액 감소, 자유무역협정(FTA) 영향으로 전년보다 1조2000억원, 예산보다 1조8000억원 감소한 9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농어촌특별세는 전년보다 1조원, 예산보다 1조7000억원 감소한 3조9000억원이었다. 증시 하락으로 주식거래대금이 감소하고 법인세 감면액이 줄어든 영향이 반영됐다. 증권거래세도 전년과 예산대비 각각 6000억원 감소한 3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 이월액 7.7조로 사상 최대

지난해 총세입은 282조4000억원, 총세출은 274조8000억원이었다.

일반회계 세입은 예산보다 6000억원(0.3%) 더 걷힌 223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세에서 법인세(1조4000억원)와 기타 내국세(1조3000억원), 세외수입에서 전년 이월금(3조8000억원) 등이 늘었다. 특별회계 세입은 9000억원(1.5%) 미달한 58조7000억원이 징수됐다. 농어촌 구조개선(-2조8000억원), 국방ㆍ국사시설이전(-3000억원) 등에서 줄었다.

일반회계 세출은 예산액과 전년도 이월액을 합친 예산현액(225조4000억원) 대비 97.9%인 220조7000억원이 지출됐다. 특별회계 세출은 예산현액(62조8000억원)의 86.1%인 54조10000억원이었다.

정부가 지난해 이월, 불용 예산을 최소화한다고 밝혔음에도 이월액은 7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조7000억원 늘면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농어촌 구조개선(3조1000억원), 혁신도시건설(9000억원) 등 주로 특별회계에서 이월액이 많이 발생했다. 단 불용액은 5조7000억원으로 1000억원 감소했다.

◆ 세계잉여금 사상 첫 적자 전환

총세입에서 총세출을 뺀 결산상 잉여금 7조6000억원에서 7조7000억원이 다음 회계연도로 이월되면서 세계잉여금은 1000억원 줄었다. 정부가 지출하고 남은 돈인 세계잉여금이 적자로 전환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재정부에 따르면 이번에 세계잉여금은 일반회계에서 8533억원 흑자를 보였으나 특별회계에서 1조17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총 세계잉여금이 적자를 기록했다. 과거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의 적자가 발생한 것은 두 차례, 특별회계는 세 차례 있었지만 모두 합쳐 적자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별회계 세계잉여금은 농어촌특별회계에서 농특세 징수액과 구조개선사업 계정의 전입금이 모두 줄어 세출 이월이 확대된 탓에 적자가 났다. 이태석 재정관리국장은 "특별회계의 경우 일반회계보다 이월 제한 기준이 느슨해 이월이 많이 이뤄진다"며 "앞으로 합리적인 이월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지방교부세, 교부금 정산, 공적자금 상환기금 출연, 채무 상환 등 국가재정법의 순서에 따라 사용된다. 일반회계 세계잉여금 중 이 순서대로 쓰고 남은 돈은 3257억원으로 2007년(2970억원) 이후 가장 적었다. 2011년(1조5532억원)과 비교해서는 5분의 1 수준이었다. 이 돈은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재원이나 다음연도 세입이입 등에 사용할 수 있다. 특별회계 세계잉여금은 다음 년도 세입에 이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