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총괄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정부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생산ㆍ수출 등 주요 실물지표가 나아졌지만 소비와 투자는 여전히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경기가 바닥을 찍고 있음에도 회복력은 두루 완연하지 않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재정부는 미국의 재정지출 자동삭감, 유럽의 경제 회복세 지연 등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회복 시기를 가늠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국의 지표 개선은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 재정부ㆍKDI "생산 수출 개선 추세" 이구동성

재정부는 7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2월호에서 생산ㆍ투자ㆍ수출 등 실물 지표가 나아졌다고 밝혔다. KDI도 같은날 발표한 경제동향에서 생산과 수출이 개선 추세를 잇고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달 말 발표된 광공업 생산은 지난해 12월까지 넉 달 연속 증가세를 지속했다. 12월 설비투자도 일회성 요인이 있긴 했으나 석 달만에 증가세로 돌아섰고 1월 수출은 11.8%의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재정부는 섣부른 낙관론은 경계했다. 이형일 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지난해 12월에 (경기)개선 징후가 많이 보였지만 이게 확산될 것인지 여부는 대내외적 불안 요인을 지켜봐한다"고 말했다. 또 1~2월 설 영향에 따른 착시 효과도 잘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도 이날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경기 판단에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다. 박 장관은 최근 경기흐름이 다소 나아지는 '징후'가 보인다'고 언급, '나아지고 있다'와 같은 확정적 표현을 삼갔다.

민간 전문가들도 대체로 비슷한 시각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 상승과 하락을 상징하는 지수가 겹치는데 점점 상승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라며 "하지만 여전히 하강 위험이 크기 때문에 급등 보다는 완만히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고 말했다.

◆ 소비, 투자, 고용은 아직 한파

아직 경기 회복 판단이 이른 이유는 소비와 투자, 고용 등이 다른 실물 지표와 비교해 부진하기 때문이다.

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는 폭설, 한파 영향으로 전달보다 1.1%의 감소세로 전환했다. 백화점 매출도 8.4% 줄며 감소폭이 전달(-0.2%)보다 확대됐고 할인점 매출액은 24.3% 급감하는 등 연말연시에도 소비는 냉랭했다. 1월 소매판매도 개별 소비세 인하 종료와 지난해에 비해 늦어진 설 등으로 인해 부진할 것으로 재정부는 예상했다.

설비 투자는 지난해 12월에 증가세를 보였지만 지속성은 의문시되고 있다. 재정부는 설비투자와 관련,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증가하고 기업 투자 심리도 소폭 개선됐지만 기계 수주 등 선행지표가 부진해 향후 추이를 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KDI는 투자를 중심으로 내수가 다소 부진하다고 판단했다.

고용 사정도 좋지 않다.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27만명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2011년 9월(26만명) 이후 처음으로 3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재정부는 전달에 이어 이번에도 '고용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 중 건설투자의 경우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본격 회복하기는 어렵고, 소비는 가계의 빚부담으로 나아지기 힘든 상황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 중국 경기 개선은 긍정적

미국 재정불안, 유럽 재정위기 장기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 경제가 나아지는 것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재정부는 "중국은 (경기)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도 "중국의 수출 증가세가 크게 확대됐고 생산과 소비도 완만히 개선되고 있다"며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다소 완화됐다"고 밝혔다.

이형일 재정부 과장은 "중국의 4분기 지표가 좋아진 것은 우리 경제에 긍정적"이라며 "리더십 교체 이후 조금씩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수출이 살아나면 중간재 수출이 많은 우리나라의 수출은 물론 생산이 늘고 투자, 고용도 증가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과장은 “최근 경기 흐름이 잦은 변화를 보이기 때문에 경기 판단이 유보적일 수밖에 없다"며 "대외적으로 2월에 여러 이벤트가 몰려있어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엔 북핵 리스크와 같은 돌발 변수를 포함해 미국의 예산 감축 추가 협상과 이탈리아 총선 등 굵직한 이벤트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