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ㆍ해운ㆍ조선업의 부실 우려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하기 보다는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6일 '비우량 회사채 시장에 대한 정책 방향'에서 "이들 업종 기업들의 문제는 단순한 유동성이 아닌 추세적인 경역 실적 악화에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 KDI "주주, 주채권 은행의 구조조정 노력이 우선"

KDI는 건설ㆍ해운ㆍ조선업의 부실 우려기업에 대해선 유동성 지원보다 일차적으로 주주, 주채권은행 등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의 구조조정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만약 이런 노력이 실패하면 기업촉진법을 활용한 워크아웃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채권시장이 신용위험에 민감하게 반응함에 따라 취약 업종 내 기업에 대한 과감한 유동성 지원대책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요구가 있었다. LIG건설과 웅진그룹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계기로 저신용등급 회사채의 거래가 급감한 것이다.

그러나 KDI는 올해 중 만기가 돌아오는 건설ㆍ해운ㆍ조선 등 침체 업종에서 신용등급 'A-' 이하 등급 회사채(프로젝트 파이낸싱 채권 제외) 규모는 4조7000억원으로 규모가 크지 않다고 밝혔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하이일드펀드에 대한 세제혜택, 신용보증기금의 신용보강이 부가된 자산담보부채권(P-CBO) 발행 등과 관련해서도 "비우량기업의 자금난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바람직한 정책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특히 금융당국의 P-CBO의 발행한도 증액(1조3000억원)에도 추가 발행이 저조하고, 일부 기업은 중복 지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 “‘특단의 대책’ 나올 시점은 아냐¨신용평가는 개선돼야”‥대기업 계열사 독자평가제도 시행해야

KDI는 회사채시장에서 우량기업과 비우량기업 간 양극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금융시장이 경색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따라서 특단의 대책은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경기 회복 전망이 불투명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회사채시장의 전반적인 유동성은 양호하다는 것이다. KDI에 따르면 발행 채권의 신용등급별 스프레드가 추세와 비교해 크게 확대되지는 않았고 오히려 업종 간 스프레드가 두드러지고 있다.

다만 신용평가 정보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DI에 따르면 신용등급의 변경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피해가 우량 기업에까지 돌아가고 있다. 'A- 등급' 내의 우량기업도 동일 등급 내 비우량기업(BBB+ 이하 기업)으로 인해 채권 유통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KDI는 "신용등급에 대한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유통을 위해서는 독자 평가제도와 정기 평가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기업의 경우 계열사의 외부지원 가능성을 배제하고 해당 기업 자체의 신용능력만을 고려한 독자평가제도가 시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