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을 믿지 못하겠다는 불만이 투자자들로부터 터져 나오고 있다.

말 그대로 영업만으로 나오는 이익인 영업이익은 기업의 실력을 알 수 있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참고하는 투자 지표 중 하나다.

그런데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영업이익 항목을 비교적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는 탓에 실제로는 영업이익이 난 것이 아닌데 영업이익으로 발표하는 사례가 있고, 연결재무제표 도입으로 자회사 실적을 한꺼번에 반영하면서 영업이익, 또는 순이익이 예전보다 급감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자산 2조원 미만의 기업도 전부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 투자 기업에 부실 자회사가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어닝 쇼크의 원인 중 하나는 계열사

두산은 지난해 4분기 영업만으로 13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막상 성적표를 열어보니 영업이익은 561억원 적자였다. 이는 손자회사인 두산건설의 부진으로 자회사인 두산중공업이 대규모 충당금을 쌓아야 했고, 이 영향으로 지분법이익이 급감한 탓이다. 두산의 4분기 영업이익 부진은 영업이 아닌 손자회사 때문이었다.

롯데케미칼도 자회사 때문에 '어닝 쇼크'를 기록한 사례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9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3 %나 감소했다. 순이익 부문은 4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실적 악화에 대해 김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합병한 자회사 케이피케미칼, 그리고 말레이시아 자회사의 실적 부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업들은 모두 자회사 탓에 어닝 쇼크를 기록한 경우다. 차이는 자회사 실적을 영업이익에 반영했느냐, 순이익에 반영했느냐뿐이다.

문제는 연결재무제표가 전면적으로 도입될 경우 어닝 쇼크를 기록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란 데 있다.

기업 입장에서 자회사 실적을 모두 묶어서 발표하면 기존에 발표하던 것보다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계열사 중에는 신사업을 추진하는 곳이 있고, 구조적으로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곳이 있다"며 "이들을 모두 묶으면 당연히 순이익이 감소한다"고 말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결재무제표 전면 도입으로 중소형주들의 진짜 실적이 나오게 될 것"이라며 "부실 자회사가 많은 기업은 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FRS 허점 문제도 여전

2011년 IFRS가 도입된 이후 일각에서는 제도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영업이익, 순이익 등을 분류하는 것이 IFRS 체제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운 탓이다. 부실기업 중 상당수는 5년 연속 영업적자를 내면 상장폐지되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 일회성이익을 영업이익으로 분류하는 '꼼수'를 썼다.

이런 사태가 반복되자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말 '영업이익은 매출 총이익에서 판관비를 뺀 수치로만 만들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하지만 원천적으로 조작을 막는 것은 쉽지 않다고 회계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바이오기업 이노셀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10억원으로 5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고 발표, 지난 1일 주가가 상한가까지 뛰었다. 그런데 이노셀은 영업만으로 이익을 낸 것이 아니었다. 세포치료제 판권을 최대주주 녹십자에 매각해 영업이익을 만든 케이스다. 순이익 부문을 보면 적자가 134억6400만원이나 됐다. 한 애널리스트는 "영업이익에 어떤 항목이 포함돼 있는지를 꼼꼼히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