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저금리 상황에서 선진국이 풀어놓은 돈은 자국 내에만 머물지 않고 더 높은 수익을 찾아 국경을 넘는다. 특히 금리 수준이 높은 신흥국이 표적이 되기 쉽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09년부터 2012년 11월까지 국내에 유입된 외국 투자자금(주식 및 채권 투자자금)은 1379억달러에 이른다. 여기에 국내 은행들이 외국에서 빌려온 돈까지 합하면 1432억달러가 된다.

문제는 최근 우리나라로 유입된 해외 자본의 80% 이상이 수시로 유출입이 가능한 성격의 돈이라는 점이다. 보통 신흥국에 유입되는 자금의 절반가량이 직접투자자금인 것과 비교하면 불안정성이 매우 큰 편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돈(유동성)이 넘치고, 이 돈이 우리나라로 급격히 흘러들어왔던 현상은 2008년 금융위기 직전에도 있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 투자자금은 710억달러에 달했고, 은행 차입금까지 합치면 1573억달러가 유입됐다. 이 돈을 국내에 투자하려면 원화로 환전해야 하기 때문에 원화 가치가 급등해 2007년 말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1달러당 900원대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상황이 돌변했다. 2008년 9월부터 2009년 3월까지 7개월 만에 주식·채권 투자금과 은행 차입금을 합쳐 766억달러가 해외로 유출됐다. 4년 동안 들어온 자금의 절반이 1년도 안 돼 빠져나간 것이다. 원화로 돼 있던 국내 투자를 회수해 달러로 바꿔야 했기 때문에 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가 내리고 달러 가치가 치솟아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달러당 1600원까지 폭등했다.

최근 과도하게 유입되는 달러자금은 2008년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외국 투자자금이 국내로 흘러들면 우리나라의 대외 채무가 급증하고, 원화 가치가 과도하게 오르면 경상수지를 악화시킬 수 있다. 주식ㆍ채권시장에는 돈이 몰려 자산거품이 형성될 수도 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위험이 닥칠 경우, 우리나라는 또다시 급격한 자본 유출과 환율 폭등의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최근 정부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토빈세'가 거론되는 것은 이런 문제점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