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경기활성화를 위해 새정부 출범 직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박근혜 당선인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추경 규모가 최소 1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2009년 이후 4년만에 정부가 추경을 실시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박 당선인의 공약사업이었던 주택 취등록세 감면 연장으로 인한 지방세수 결손 보전과 저소득층 복지사업 추진에만 5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재정투입으로 인한 성장률 제고 등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10조원 이상의 추경예산 편성이 필요하다는 게 인수위측의 판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경제 성장률이 예상치를 크게 밑돈 2%에 그쳤기 때문에 세입이 예산편성 때의 전망치에 못미칠수 있다는 점도 10조원 이상 대규모 추경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꼭 해야만 하는 사업에만 7조원 필요···10조원 이상 추경 유력

인수위가 추경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이유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저성장 기조가 겹치면서 서민들의 민생경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과 인수위는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부동산 취·등록세 감면조치를 올해 말까지 연장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서는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 지방세인 취등록세를 낮췄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지방정부의 세수부족을 중앙정부의 예산을 통해 지원하겠다는 게 박 당선인의 구상이다. 그는 지난 31일 전국시도지사협의회 간담회에서 "취등록세 감면으로 인한 지방세수 부족분에 대해 중앙정부의 보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방세수 부족분 추정치 2조9000억원을 중앙정부가 지원하기 위해서는 별도 예산을 편성하는 추경 절차를 밟아야 한다.

무상보육 확대로 인한 지방정부의 재정부담에 대해서도 박 당선인은 중앙정부가 보조해 주는 방향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또한 추경을 통해 대책이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 0~5세 무상 보육 예산은 올해 8조4195억원이다. 이 중 지방 정부가 부담하는 비용은 3조7400억원으로 지난해(2조9700억원) 보다 7700억원 가량 늘어난다. 중앙정부가 이를 보조해 줄 경우 7700억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정치권에서는 지난해말 예산안에서 균형재정 달성을 위해 추가하지 못한 기초생활수급자 확대(1조500억원) 예산과 국회가 삭감한 2800억원의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도 되살려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박근혜표 복지사업에만 올해 2조5000억원 가량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경기 둔화로 인한 세수 감소도 추경 편성으로 해결될 수 있다. 올해 세수 전망의 근거가 된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4.0%로 실제 성장률 예상치(3%)보다 1%포인트 높다.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낮아지면 세수는 2조원이 덜 걷힌다는 게 정부의 관측이다. 주택 취·등록세 감면에 따른 지방재정 보전, 복지사업 확대, 성장률 전망치 조정에 따른 세수 부족분 등만 합쳐도 당장 7조원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10조원으로도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적자 국채 발행 불가피‥야당 증세론 재부각 가능성 부담

추경을 편성할 경우 재원은 대부분 적자 국채 발행을 통해 이뤄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이명박 정부가 세운 2014년 균형재정 달성 목표는 깨지게 된다. 정부는 2012~2016년 중기 재정계획에서 GDP(국내총생산) 대비 관리재정수지를 올해 -0.3%(4조8000억원)로 줄여 사실상 균형재정을 이룬 뒤 2014년부터는 흑자 재정을 이루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박 당선인측은 ‘균형재정’이라는 단어 자체에 집착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경기부양 시기를 놓쳐서 경제 상황이 더 어려워지게 되면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재정건정성 악화는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대 경제부총리 하마평에 올라있는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이 이런 입장이다.

다만 대규모 적자 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 편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야당이 소득세율과 법인세율 조정을 통한 증세론을 다시 들고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는 “복지확대를 위한 증세는 없다”는 박 당선인의 입장과는 배치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경제 상황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투입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점에는 여야가 이견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증세없이 빚을 내서 추경을 하자는 방안이 추진될 경우 야당의 증세론과 부딪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인수위가 추경 규모와 방식 등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