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공업생산이 넉 달째 증가세를 이어가자 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미래의 경기를 가늠하는 경기선행지수가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으로 두 달 연속 오름세를 지속한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태는 요인이다.

그러나 경기가 회복 궤도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진단이 많았다. 이전 회복 국면과 비교하면 강도가 약하고 지난해 4분기부터 지속되고 있는 원화 강세 여파로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미국의 재정절벽과 유럽 재정위기와 같은 대외 변수의 불확실성도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 전문가들 "경기 개선되고 있지만 회복력 약해"‥원화 강세도 악재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12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광공업생산은 전달보다 1.0% 늘어나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연속 전달대비 증가세를 이어갔다. 광공업생산이 넉 달째 증가한 것은 2010년 2월부터 7월까지 6개월 연속 늘어난 이후 처음이다. 올 1월부터 TV 송출방식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LCD TV 생산이 증가한 게 주효했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광공업생산 증가폭은 예상보다 컸지만 경기가 본격 회복하고 있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며 "회복력이 이전의 경기 회복 국면에 비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광공업생산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전체로는 3%를 기록, 경기 저점이었던 3분기(-2.0%) 대비 선방했지만 이전 경기 회복기였던 2010년 1, 2분기(각각 3.8%, 4.4%)와 비교해선 폭이 크지 않은 편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 달러, 일본 엔화 대비 부쩍 강세를 보여온 환율도 변수다. 임 연구위원은 "대기업들은 환율 하락세를 오래 전부터 예상했기 때문에 대비책을 마련해두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수익성 타격이 곧 가시화될 것을 보인다"고 전망했다.

무역보험공사가 지난해 연말 수출기업 380개사를 조사한 자료를 보면 대기업의 손익분기점 환율은 달러당 1059원인 반면 중소기업은 1102원으로 40원 이상 높다. 엔화 대비로는 100엔당 각각 1290원과 1343원이다. 엔화 대비 환율이 최근 1190원선 부근에서 거래되는 것을 감안하면 대기업도 악영향권에 있는 셈이다.

◆ 설비투자 '반짝' 증가 …소비는 뒷걸음질

투자가 여전히 저조하고 소비가 뒷걸음질친 것도 섣부른 낙관을 삼가게 한다. 지난달 설비투자는 전월대비 9.9% 늘며 석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고 증가폭도 지난해 1월(12.8%) 이후 가장 컸지만 항공기 투자에 따른 일회적 현상이었다. 설비투자는 전년 동월대비로는 6.3% 감소, 5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소매판매는 정부의 개별 소비세 인하 혜택에도 전달 대비 1.1% 줄며 두 달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민간연구소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현금성 자산을 많이 보유해 투자 여력은 충분하지만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다"며 "투자는 올 하반기는 돼야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외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은 것도 경제 전망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기획재정부는 “미국의 주택 판매가 5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고 중국의 4분기 성장률이 2년만에 처음으로 반등했지만 유로존 실물 경제 부진과 미국 등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경제조사실장은 "지난해 4분기부터 지속된 미국과 중국의 경기 호조가 올 1분기에도 이어질지가 관건"이라며 "특히 미국의 재정 감축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올 2월까지는 지켜봐야 경기 반등에 대한 확신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외국인 자금 유출에 따른 증시 하락이 소비, 투자 심리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임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된 소비 심리 지수가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호전된 것으로 나왔지만 증시 하락이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