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녹색기후기금(GCF) 같은 거 터지면 1년 넘게 부동산 시장이 들썩거렸죠. 인근 지역 거래도 많아지고요. 그런데 요새는 6개월을 못 가요. 제 아무리 좋은 호재가 터져도 사람들이 꿈쩍도 안한다니까요….”

부동산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소위 호재라고 불리는 외부 변수들조차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나친 불안감이 건전한 수요까지 몰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 ‘호재’와 무관한 부동산 시장

향후 집값이 더 내릴 것이란 막연한 생각은 대형 호재들을 머쓱하게 만들기 일쑤. 작년 10월 송도의 GCF유치가 대표적이다. 유치 소식 직후 인근 지역 미분양 아파트는 순식간에 수백 가구가 팔려나갔다. 10월 분양에 나선 포스코건설의 송도 더샵 마스터 뷰는 최고 26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잠깐 온기가 도는 듯 했지만 실제 효과는 ‘반짝’ 1개월에 그쳤다. 최근 송도의 분위기는 다시 썰렁한 모습이다.

송도신도시가 있는 연수구의 집값 역시 GCF 유치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게 없다. KB국민은행 시세에 따르면 연수구의 3.3㎡ 당 시세는 675만원 수준으로 유치 전인 10월과 비슷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다들 집값이 내릴거라고만 생각해 집을 사지 않다 보니, 굵직한 호재가 터져도 잠깐 떴다가 이내 내려앉는다”며 “호재가 호재가 아니다”고 말했다.

세종시 인근도 상승 분위기가 한풀 꺾인지 오래. 2011년 10월 최고 청약 경쟁률이 140대1을 넘기는 아파트가 나오기도 했지만, 작년 말부터 중견 건설사들이 분양하는 전용면적 59~84㎡ 중소형 아파트에서 미분양이 발생했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개발 호재보다는 주택 구입시 세금을 깎아 주는 등 시장에서 바로 체감할 수 있는 방안들이 더 큰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작년의 경우 취득세 감면과 미분양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5년간 면제 등을 담았던 9·10 대책이 대형 호재였다.

김포 한강신도시 내 롯데캐슬 관계자는 “분양을 갓 시작한 지난해 6월 직후보다 9·10 대책 시행 이후인 10~12월 두 달여간 더 많은 계약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건전한 실수요까지 위축돼 시장 위기"

호재가 장기간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수요가 실종됐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집값 하락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까지 겹치면서 실수요자들이 거래 시장에서 멀어지고 있다.

2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전용 84㎡짜리 전세 세입자가 집을 사기 위한 추가로 내야 하는 금액은 평균 1억756만원으로 조사됐다.

추가 부담금은 수도권의 경우 2008년 2억2702만원에서 1월 현재 1억5008만원으로 33.8%가량 줄었다.

그럼에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난 11일 부동산114와 갤럽이 만 19세 이상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파트를 분양받을 의사가 없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 79.6%였다.

이남수 신한은행 팀장은 “건전한 실수요의 실종으로 주택 거래시장 질서마저 흔들리는 모습”이라며 “실수요자들이 집을 살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