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의 예금이 상호금융기관으로 꾸준히 이동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정기예금(1년 만기) 금리가 연 2%대까지 떨어지자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호금융기관의 인기가 더 높아지고 있다. 저축은행업계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예금을 계속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 이런 흐름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50조4150억원이던 저축은행의 총 수신액은 지난해 11월 말 43조7584억원으로 6조6571억원 줄었다. 시중은행의 정기예금도 같은 기간 591조133억원에서 587조4029억원으로 3조6104억원 감소했다. 반면 상호금융기관 예탁금의 경우 373조3777억원에서 381조8167억원으로 8조4390억원 늘었다. 금융권에서는 그 이후에도 이같은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처럼 농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기관의 예탁금이 증가한 배경으로는 비과세 혜택이 꼽힌다. 지난해 9월초 솔로몬·한국 등 대형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한 금융지주회사 계열 저축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낮추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상당한 규모의 예금이 상호금융기관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 저축은행의 창구 직원은 “몇달 전부터 저축은행의 금리가 은행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내려가면서 신협이나 새마을금고로 돈을 옮기겠다는 고객이 많다”면서 “세금을 내지 않아 실질 이자가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호금융기관의 1인당 예탁금 최대 3000만원까지 이자소득세(14%)가 면제된다. 이자의 1.4%에 해당하는 농어촌특별세만 내면 된다. 이자소득세 비과세혜택은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축소될 예정이었으나 2015년까지 연장되면서 상호금융으로 자금 유입이 지속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그러나 서민금융기관인 상호금융기관의 몸집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감도 팽배하다. 저금리 장기화로 투자처가 마땅하지 않은 데다 경기침체 여파로 부실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호금융기관을 감독할 주무 부처가 곳곳으로 쪼개져 있어 지역 조합 및 금고에 대한 관리감독이 허술한 실정이다. 지난해 6월 말 상호금융업권의 경락률(감정가 대비 낙찰 비율) 초과 대출(6조1000억원)은 은행(5조6000억원)보다 많았다. LTV가 낙찰가율을 초과한다는 것은 최악의 경우 집이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금융회사가 대출금을 모두 회수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른바 깡통주택이다. 지난해 6월 말 상호금융업권의 연체율도 4.0%로 은행(1.09%), 신용카드(1.96%), 보험(0.82%) 보다 크게 높았다.

한편 대형저축은행을 인수한 금융지주사 계열 저축은행의 몸집 줄이기는 계속되고 있다. 예금이 대출 자산 보다 많아 몸집을 줄이지 않으면 앉아서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이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지난해 9월 솔로몬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금리를 당시 업계 평균보다 0.5%포인트 낮은 연 3.2%로 내렸다. 인수한 예금이 대출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당시 2조5000억원이 넘던 수신액은 지난해 말 1조380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우리금융저축은행 관계자는 “정상적인 영업을 위해서 아직도 4000억원 정도 예금을 더 줄여야 해 당분간 낮은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저축은행은 지난 14일부터 정기예금(1년 만기) 금리를 연 2.9%로 내렸다. 곧 예한별저축은행을 인수하기 때문이다. 신한저축은행 관계자는 “예한별저축은행은 여신보다 수신이 훨씬 많아 적자가 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미리 예금을 빼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금보험공사가 소유한 가교저축은행도 같은 이유로 금리를 대폭 낮췄다. 1년 만기 정기예금 이율은 예한별·예한솔저축은행이 연 2.9%, 예성저축은행 3.0%, 예나래·예솔·예쓰저축은행이 연 3.1%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금리에 먹거리가 없는 현재의 경영 여건상 낮은 예금 금리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면서 “신협이나 새마을금고로 돈을 빼가겠다는 고객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