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중앙회는 지난 2008년 투자수익을 거두기 위해 미국의 라발로 부동산펀드에 80억원을 투자했다. 중앙회가 신상품에 투자하려면 내부 운용규칙에 따라 투자전략을 심의해야 하지만 중앙회는 투자전략위원회에 구두 보고만 하고 자금을 집행했다. 또 사후 점검을 소홀히 해 투자금 전액을 날릴 상황에 놓였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 투자손실 등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신협중앙회에 기관경고를 내렸다. 이에 대해 신협중앙회는 "당시엔 투자전략위원회에 보고할 법적인 의무가 없었고 라발로 펀드를 포함해 국내외에 총 7000억원을 간접투자한 결과 1093억원의 수익을 거뒀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는 지난 2009년 4월과 10월 인도네시아 발리의 리조트 사업에 두 차례에 걸쳐 100억원과 125억원 등 총 225억원을 투자했지만 이자는커녕 원금도 거의 회수하지 못했다. 리조트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서 수익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는 비과세 연장 등의 이유로 총 자산이 급격하게 불어나자 한신평신용정보을 인수하고 그린손해보험이나 코웨이(옛 웅진코웨이) 인수합병(M&A)에 참여하는 등 서민금융기관으로 보기 어려운 행보를 최근에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상호금융기관이 거대해진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 여유자금을 무리하게 운용하면서 서민금융기관 본연의 역할을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호금융기관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사회·경제적 약자를 지원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총 자산 규모를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해 상업금융기관으로 변하는 것을 막고 무리한 투자를 견제하기 위해 4개 기관으로 쪼개진 관리·감독 기구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탄탄한 조직망 살려 지역밀착형 사업에 집중해야

일본 금융청은 지난 2003년 지역은행·신용금고·신용조합 등 지역 금융기관을 활용해 지역밀착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2년간 실시했다. 식당을 창업하고 싶어하는 고객이 있으면 지속적으로 면담하고 음식의 가격이나 가게 입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줬고, 경영을 잘 못해 적자내는 업체가 있으면 컨설팅을 해주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 자금이 필요하면 대출을 해줬다. 일본 금융청은 지역밀착형 금융서비스의 성과가 좋자 2005년 2차 프로그램을 시행했고 2008년부터는 한시적이었던 프로그램을 항구적인 감독체계로 변경해 운영 중이다.

일본 지역금융기관의 지역밀착형 금융서비스 지원 건수는 매년 급격하게 늘었다. 일본 금융청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03년 1984건이었던 지역 금융기관의 총 창업지원 대출 건수는 2008년 1만4067건으로 7배 성장했고, 이 기간에 대출금액은 179억엔(약 2121억원)에서 1688억엔(약 2조원)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창업지원뿐 아니라 경영상담 등으로 도움을 주는 '사업재생' 지원 건수도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매년 평균 320건, 2737억엔(3조2876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농·수·신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등 우리나라의 상호금융도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찾고 건실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부동산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에 치우친 구조를 개선해 일본처럼 지역 밀착형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6월 기준 상호금융기관의 총 대출은 244조7861억원으로 이 중 72%인 176조3000억원이 가계대출이고, 가계대출의 46.9%인 82조6000억원이 주택담보대출이다.

송춘호 전북대 생명자원유통경제학과 교수는 "새마을금고나 신협 등도 창업을 원하는 고객에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면 지역 내 고객층을 확보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며 "지역본부 단위로 상담 전담부서를 만들고 지점에 상담서비스 수요가 있으면 인력을 파견해주는 식으로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또 "상호금융이 지역 상생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경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도 "일본의 지역밀착형 금융은 서민들의 생계유지보다는 자립을 유도하게끔 구체적인 감독 방향이 정해져 있다"며 "우리나라도 상호금융 등 서민금융기관을 활용해 서민금융을 강화할 때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협동조합은행은 지역 주민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 덕에 글로벌 금융위기를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잘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스 뭔크너 독일 마부르크대 명예교수는 "독일 협동조합은 지역에 뿌리를 두고 지역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자본시장과의 연계가 비교적 낮다"며 "협동조합은행은 위험이 많은 상품에 투자하기보다는 지역에서 신용대출을 하는 전통적인 금융업을 했기 때문에 부실채권의 영향을 덜 받았다"고 말했다. 독일 협동조합은행(BVR)은 약 1620만명의 조합원을 보유하고 있다.

◆ 관리·감독 일원화해 사각지대 없애야‥"부실 가늠하기 어려워 서로 핑퐁 게임" 지적도

전문가들은 상호금융기관이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행정안전부·농림수산식품부·산림청 등 4개 기관으로 쪼개진 관리·감독 기능을 서둘러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신용협동조합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포괄적 감독과 건전성 감독을 모두 맡고 있고,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가 이 둘을 모두 담당한다. 반면 농협·수협은 농식품부가, 산림조합은 산림청이 포괄적 감독을 하고 건전성 감독은 금융위 금감원이 담당한다.

감독 기구가 나뉘어 있다 보니 감독 기준이 제각각인 경우도 있다. 금융위는 지난해 2월부터 상호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을 관리하기 위해 단위농협의 비조합원 대출을 연간 총 신규대출의 3분의 1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가 감독하는 새마을금고는 대상에서 빠졌고 단위수협은 법 개정을 거쳐 2015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권역 외 대출'(전국을 수도권·경북·경남 등 9개 권역으로 나눴을 때 대출자나 담보물건이 해당 상호금융이 속한 권역 밖에 있는 대출) 규제도 농협은 연간 신규 대출금의 2분의 1 이내로 제한되지만 새마을금고와 신협은 3분의 1로 더 엄격하다. 권역 외 대출이 많으면 사후관리가 잘 안 돼 부실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대처가 어렵다. 새마을금고를 제외한 4개 상호금융기관(농·수·신협, 산림조합)의 권역 외 대출 규모는 약 11조2000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6.5% 수준이다.

전형수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호금융의 관리·감독기구가 분산돼 있으면 감독이 비효율적이 되고 감독 기준이 서로 달라 형평성에 문제가 생긴다"며 "상호금융 감독 기구가 한 곳으로 이관되지 않는 것은 각 부처 이기주의 때문인데 아예 상호금융감독 전담기구를 신설해서라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상호금융은 조합원이나 회원으로 가입한 사람끼리 서로 돕는다는 개념이기 때문에 비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예금과 대출이 많은 것은 부적절하다"며 "현재 상호금융기관은 여러 곳이 관리·감독을 하는데 관리할 능력이 없는 곳은 감독 권한을 포기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상호금융기관 담당 기관들은 관리·감독기구가 분리돼 있어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것은 알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이상구 금감원 상호여전검사국장은 "상호금융 감독기관이 달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신협, 농협, 새마을금고 등은 지점 수가 1000개 안팎에 달하기 때문에 단순히 해당 부처 인력을 늘려서 감독을 강화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금감원은 신협의 감독을 맡고 있기 때문에 먼저 나서서 상호금융에 대한 감독을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이어 "감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감독기구를 일원화한다면 정책적인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그다음에 어떤 기관을 중심으로 어떻게 일원화할지 협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호금융 담당 부처가 관리·감독을 꺼리는 이유가 잠재 부실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호금융기관은 지금까지 누구도 제대로 감독한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정확하게 아는 곳이 없다"며 "감독을 일원화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나중에 문제가 생길까 봐 아무도 떠맡으려고 하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