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 화력발전사들이 전력공급에 참여하는 비중을 크게 늘리기로 하면서 전기요금이 앞으로 크게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부분 대기업 계열인 민간 발전사업자들은 한국전력공사##계열 발전회사보다 훨씬 비싼 값에 한전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한전 자회사보다 발전 단가가 비싸다는 이유에서다. 

전력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20년까지 화력발전 용량을 1580만kW 확충하는 내용의 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 대기업이 운영할 민간 화력 발전용량은 1176만kW로 전체의 74.4%에 이른다. 만약 계획이 확정될 경우 지난해 전체 전력시장에서 15.8%를 차지했던 대기업의 점유율은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전력산업 민영화로 매년 전력구매비용이 늘고, 전기요금이 인상되면서 한전이 전력생산과 수급 문제를 총괄해야 한다는 주장이 늘고 있다. 사진은 한전 본사 전경(좌) 2011년 전력대란 당시 한 두부가게에서 촛불을 켜고 두부를 만드는 모습(우)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간 한전이 민간 화력발전사들에게 지급한 전력구매비용이 늘면서 전기요금이 여러 차례 인상돼 온 점을 근거로, 향후 전력시장에서 민간 화력발전사들의 비중이 확대될 수록 전기요금의 급격한 상승은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23일 한전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한전이 민간 발전사들에게 지급한 전력구입비는 전력거래시장 거래와 직거래를 합쳐 9조3540억원에 이른다. 민간 발전사들에 대한 전력구입비는 지난 2009년 3조6330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0년 5조3527억원, 2011년 7조7016억원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한전이 민간 발전사들에게 지급하는 구매비용은 한전 계열 발전 자회사들보다 훨씬 높다. 지난해 한전은 계열 발전 자회사에 지급한 평균 구입단가(kwh당)는 남동발전 76.9원, 중부발전 110.77원, 서부발전 111.69원, 동서발전 107.96원이었지만, 민간 발전사들에게 준 평균 구입단가는 189.46원에 이른다.

정부는 2020년까지 화력발전 용량을 1580만kW까지 확대하면서 대기업의 참여 비중을 크게 늘릴 방침이다. 사진은 국내 한 화력발전시설 전경(좌)과 민간 화력발전사 로고(우)

이로 인해 전력시장에 참여한 대기업들은 높은 이익을 기록해 왔다. 지난해 3분기 SK E&S는 65%에 이르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고, 포스코에너지와 GS EPS 등도 각각 10% 안팎의 높은 이익률을 보였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 사이에서는 전력시장 참여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기도 했다.

민간 발전사들에게 지급하는 전력 구매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게 늘면서 한전은 최근 1년 반 동안 전기요금을 4차례나 인상해 20% 가까이 올렸다. 김중겸 전 한전 사장은 구매비용 부담이 커지자 “민간 화력발전사들에게 지급하는 전기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구입비 상한선을 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전력시장의 구매 시스템에 대한 총체적인 문제점의 원인은 과거 정부가 장기적인 전력수급에 대한 대책없이 한전에서 발전사들을 분리해 마구잡이로 민영화시켰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자원 분야의 한 교수는 “섣부른 민영화로 인해 전력수급의 총체적인 책임을 담당해야 할 한전이 발전사들의 이윤 보전에 휘둘리는 ‘전력구매자’ 정도의 역할로 전락했다”며 “전력수급 체제를 정부와 한전이 총괄하는 등의 형태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관련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전력시장 참여가 늘수록 앞으로 전기요금 문제는 경제논리에 더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