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과 22일 일본은행(BOJ)의 금융정책회의를 앞두고 미 달러화에 대한 엔화환율이 꾸준히 오르고(엔화 약세) 있다. 일본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 방침에 일본은행이 따를 것이란 전망이 굳어지면서 엔화약세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각) 뉴욕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에 대한 엔화환율은 한때 달러당 90.09엔까지 올라(엔화가치 하락) 지난 2010년 6월 이후, 2년 7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화는 11월까지만 해도 80엔대를 밑돌았지만 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의 중의원 해산과 뒤이은 총선, 그리고 자민당 아베 신조 정부 출범과 함께 약세로 돌아섰다.

◆ 日, 경기부양 한 목소리…BOJ도 보조 맞출듯

엔화 약세에는 아베 총리의 강력한 경기부양 방침이 영향을 미쳤다. 이번주 아마리 아키라 경제재정상이 "과도한 엔화약세가 일본경제에 좋지 않다"고 발언하면서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아마리 경제상이 자신의 발언을 뒤집으면서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아마리 경제상은 전날 "언론이 내 발언을 제대로 전하지 않아 외환시장이 오해를 한 측면이 있다"고 말해 일본 정부의 환율목표는 엔화약세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지난 15일에는 "외환시장에서 엔화가 과도하게 약세를 띠면 수입물가가 올라 국민경제에 부정적일 것"이라 말한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일본은행이 정부 요구를 수용, 2% 물가상승 목표를 채택할 것을 명기하고 일본은행 총재가 향후 진행상황을 정부에 수시로 보고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정부 방침을 따르기로 한 것이다.

이같은 일본의 일사불란한 경기부양 움직임에 엔화 값은 앞으도 더 떨어진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바클레이즈의 야마모토 마사후미 투자전략가는 "최근 두 달 연속 엔화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하락 여지는 충분하다"라며 "사실상 100엔대까지 떨어진다 해도 이상할 게 없을 것"이라 전망했다.

◆ 신난 日 수출기업들…우려 목소리도 높아

엔화 하락에 일본의 수출기업들은 신이 났다. 당장 캐논은 올 연말 영업이익이 전분기 예상했던 것보다 20%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고 자동차 기업 마쓰다도 올 3분기 영업흑자 규모가 기존 예상보다 150억엔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엔화약세 전망은 일본증시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3개월전 8400선을 기록하던 일본 닛케이225평균은 지난 15일 한때 1만952.31까지 올라 3개월새 28% 올랐다. 18일 오전장만 해도 소니가 6.6% 오른 것을 비롯, 혼다 3.4% 마쓰다는 7.6%나 오르는 등 대부분의 수출주들이 급등했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과 경쟁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야단이 났다. 당장 미국 빅3 자동차 업체들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엔화약세 관련된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일본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인플레이션 목표 설정이 과연 정책목표로서 적합한 지 여부는 일본 내에서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일본제일생명경제연구소의 구마노 히데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 정책으로 자칫 명목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정부 부채가 늘어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재정과 금융정책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