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외화예금을 늘리기 위해 해외에 있는 국내기업의 해외법인 통합관리 계좌를 국내로 끌어오는 작업에 착수했다. 또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금융감독원으로 구성된 ‘외환시장안정협의회’(외시협)는 외화예금 유치 실적이 우수한 ‘선도은행’을 올해 안으로 선정해 공공기관의 여유 외화자금을 몰아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주요 시중은행과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국내기업의 GCMS(global cash management service) 모(母) 계좌를 국내로 들여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외화예금을 늘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최근 원화 강세(환율 하락)로 국내은행이 보유한 외화예금이 점점 줄고 있다”며 “은행권과 논의해 국내기업의 GCMS 모계좌를 국내은행이 유치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은 외환시장이 불안해질 경우에 대비해 지난해 중순부터 은행의 외화예금을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올해부터 외화예금를 많이 유치한 은행에 대해 외환건전성부담금(은행세)을 경감하는 조치도 실행하고 있다.

GCMS는 기업이 유휴자금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 세계 영업점에서 발생하는 자금을 한 곳에서 통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다수의 해외진출 국내기업은 뉴욕, 런던 등에 GCMS 모계좌를 두고 해외법인 자금을 통합관리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은행은 글로벌 네트워크가 부족하기 때문에 GCMS 모계좌를 유치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내은행이 해외은행 인수 등 해외에 진출할 때 GCMS 유치를 감안해 전략을 짜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박종규

지난해 12월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해외지점 제외)은 360억3000만 달러로 2011년말보다 61억 달러 늘었지만 지난해 10월 393억9000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개월 연속 감소했다. 거주자 외화예금 중 개인 예금의 비중은 10% 안팎으로 기업예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GCMS 모계좌를 국내은행이 가져오면 기업이 운용하는 외화가 국내에서 입출금되기 때문에 일정량의 외화는 항상 국내에 남게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기업이 해외은행에 예치한 자금이 얼마인지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해외법인 매출액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취지엔 공감하지만 GCMS 모계좌를 국내로 가져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국외환은행##관계자는 "GCMS를 하려면 전 세계에 흩어진 자금을 한 곳에 모아야 하는데 국내은행들은 HSBC나 씨티 등 외국은행과 비교하면 글로벌 네트워크 경쟁력이 약하다"며 "은행들이 공동으로 하자는 의견도 있는데 은행마다 시스템이 달라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시스템을 구축해도 자금출처를 꺼리는 기업들이 국내은행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편 정부는 국내은행이 외화예금을 자발적으로 늘리도록 올해 안에 선도은행을 선정할 계획이다. 또 선도은행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해 연간 1억~2억 달러 규모로 적립되는 외환건전성 부담금의 절반과 공공기관의 여유 외화자금을 선도은행에 예치한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선도은행으로 선정되면 신인도가 매우 좋아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적게는 한 곳, 많으면 2~3곳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