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은 1060원선 밑으로 떨어진 환율의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이른바 ’거시건전성 3종세트(선물환 포지션 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 강화 방안을 중심으로 대책을 준비하면서 다른 새로운 조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치권과 학계에서 도입 논의가 활발한 '토빈세(금융거래세)'에 대해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이다.

◆ 한은 총재 "토빈세는 논의는 학자들이나…"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국내외 경제여건 점검 및 2013년 전망' 행사에 참석해 "토빈세 도입은 학자들의 연구과제로 중앙은행이 검토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는 브라질처럼 캐피탈 콘트롤(자본규제)을 하지 않고 거시건전성 규제를 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제1차관도 이날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의 기조연설을 마치고 "토빈세 논의는 철 지난(out of date) 얘기"라며 "토빈세는 파생이나 스왑거래가 존재하지 않았던 1972년쯤 나온 것으로 현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부상한 토빈세 도입 논의는 스팟(현물) 거래에서 원-달러, 혹은 달러-원 환전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자는 것인데, 만약 세금을 매길 경우 환전이 필요없는 선물, 파생 쪽으로 거래가 옮겨가 세금 부과의 실효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유럽의 토빈세 논의에 대해선 "유럽의 경우 정확히 말해 (외환이 아닌)채권과 증권 거래에 세금을 매기자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와 초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 외환당국, 거시건전성 3종세트 이외 대책도 검토 중

외환 당국은 올해부터 시중 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비율 축소, 외화예금 확충에 대한 외환건전성부담금(은행세) 경감 조치를 실행하고 있다. 추가 대책으로는 선물환 포지션 비율을 더 축소하거나 선물환 포지션 한도 적용 방식을 '직전 1개월 평균'에서 '매 영업일 잔액 기준'으로 강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김 총재는 “(한은은) 환율의 변동폭이 어느 수준을 넘어가도록 허용하지 않는다”며 “외자 유출입 확대 시 외환부문 거시건전성 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등 시장 안정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신 차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자본통제 규제를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현재 OECD는 자본자유화 규제 협약에서는 자본이동을 억제하는 차별적인 규제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 규약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선물환 포지션 규제도 규약 위배 사항에 해당한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정책을 모범 사례로 꼽은 것과 대조적이다.

신 차관은 “새로운 외환시장 대책을 구상하고 있다”며 거시건전성 3종세트 이외의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러나 “새로운 걸 도입한다면 시장 영향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준비가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당국 안팎에서는 외국환은행들의 차액결제선물환(NDF) 포지션 규제 방안 등이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