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이 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 공급을 크게 늘리고 있다. 지난해 7월 정부가 햇살론 채무불이행 발생시 대신 빚을 갚아주는 보증비율을 85%에서 95%로 높인 이후 급증 추세다. 저금리 장기화로 저축은행들이 돈을 마땅히 굴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라도 원금의 95%를 건질 수 있게 되자 햇살론 대출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쏠림현상이 햇살론의 부실을 더 심화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햇살론의 연체율은 10%에 육박하고 있다.

◆ 저축銀 햇살론 급증…작년 10~12월 1210억원

15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석달간 저축은행업계의 햇살론 공급은 1210억원으로 7~9월(534억원) 실적의 두배를 넘어섰다. 지난해 7월 정부의 보증비율이 상향 조정되기 전까지 저축은행의 햇살론 분기 공급규모는 200억원 수준에 그쳤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부의 보증비율이 올라간 것이 저축은행들이 햇살론을 늘린 원인"이라고 밝혔다.

햇살론 공급은 우량 저축은행과 금융지주사 계열 저축은행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 저축은행은 매달 수십억원 이상의 햇살론을 공급하고 있다.

햇살론 대출에 가장 적극적인 저축은행은 한국투자금융지주 계열의 한국투자저축은행이다. 현재 햇살론 잔액은 1000억원 수준으로 총 여신액의 10%를 차진한다. 한국투자저축은행 관계자는 “2010년 12월 50여명의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적극적인 대출에 나서 매달 120억원씩 햇살론이 나가고 있다”면서 “햇살론 취급액이 전체 상호금융업권 가운데 가장 클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저축은행과 SC스탠더드저축은행도 햇살론 전담조직을 꾸려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C스탠다드저축은행 관계자는 “햇살론은 금리가 낮아 고객들이 호응하고 있는 데다 정부의 보증비율 상향 조정으로 저축은행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하나·KB저축은행 등 은행금융지주사 계열 저축은행도 햇살론 판매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KB저축은행의 경우 연 7%대의 업계 최저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은행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은 과거 솔로몬 등 대형저축은행을 인수했기 때문에 직원들이 개인신용대출 경험이 많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 햇살론 연체율 10% 육박

그러나 햇살론의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어 정부 보증 확대에 따른 도덕적해이 논란도 낳고 있다. 햇살론 연체율은 2011년 12월 말 4.8%에서 지난해 6월 말 8.4%, 9월 말 9.6%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돈을 빌려주는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원금의 95%까지 건질 수 있어 대출 심사를 허술하게 할 개연성이 적지 않고 돈을 빌려가는 대출자 입장에서도 부담이 덜할 수 있다"며 "서민금융의 도덕적 해이 가능성을 차단하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햇살론이란: 은행권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저신용·저소득층이 상호금융기관과 저축은행에서 9~12%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서민금융상품이다. 신용등급이 6등급 이하거나 연 소득이 2600만원 이하인 사람이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