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년퇴직을 앞둔 김모씨는 고민이 많다. 퇴직금을 포함해 그동안 모아놓은 자산 3억원으로 노후생활을 준비하려니 막막하기 때문이다. 4년 전만 해도 은행에 3억원을 맡기면 세금을 제외하고도 월 130만원 가량을 받을 수 있었다(연 6%). 그러나 지금은 월 70만원 정도도 간신히 받는 것이 현실이다(연 3.5%). 그렇다고 해서 예상수익률이 은행 예금 보다 높다고 원금을 까먹을 수도 있는 금융상품에 은퇴자금을 투자하기도 두렵다.

바야흐로 섣불리 투자했다가는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거나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는 재테크 암흑기가 도래했다. 저금리 직격탄을 맞은 개인들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갈팡질팡하고 있다. 저금리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지금, 자산가들은 어떻게 투자하고 있고 서민·중산층은 어떻게 재테크를 해야 할까.

◆ 정기예금 연 2%대 진입…주택연금도 감소

저금리 시대에 들어서 예금이자가 4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치 기간이 1년 이상~2년 미만인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2008년 10월 6.54%에 달했지만 2010년 1월 4.69%, 2011년 7월 4.24% 등 점점 줄어 2012년 11월 현재 3.28%에 불과하다. 고금리로 주목받았던 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저축은행 금리는 지난 2009년 연 8%대에 달했지만 6일 현재 3.53%으로 시중은행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추세로 돌아서자 연 2%대 정기예금까지 등장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1년 기준 외환은행 e-파트너정기예금은 연 2.95%, 국민은행의 국민슈퍼정기예금과 신한은행 두근두근 커플 정기예금은 연 2.9%, 기업은행의 실세금리정기예금은 연 2.7%, 외환은행의 '예스큰기쁨예금'과 씨티은행의 '자유회전예금'은 연 2.65%를 적용한다.

저금리 기조에 따라 주택연금과 즉시연금의 수령액도 줄어들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주택연금은 올해 초부터 신규가입자를 대상으로 연금 수령액을 3% 가량 축소 조정한다. 만 60세 가입자가 4억원의 주택으로 가입하면 지난해에는 월 96만원을 받았지만 올해에는 월 93만원으로 3만원 줄어드는 것이다. 저금리에 따라 즉시연금 수령액도 줄었다. 2008년에 5억원으로 즉시연금을 가입해 월 200만원씩(금리 5.3%) 받았다면 이제는 160만원(금리 4.4%) 가량으로 줄었다.

문제는 저금리 기조가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오석태 한국SC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저금리 기조가 끝나기 위해서는 미국 등 선진국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종료돼야 하는데 앞으로 20~30년은 더 이어진다고 생각한다"며 "저금리에서 금리를 올리는 것(정상화)은 부작용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유럽 등이 위기 때문에 금리를 내리는 것과 달리 한국의 경우 위기는 없고 선제적 대응을 하는 차원인데,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까지 내릴수 있다고 본다. 한국은 아직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서 금리를 내리면 빚을 진 가계기업에 영향이 바로 가기 때문에 정책적인 효과가 크다"고 덧붙였다.

◆ 재테크 실종시대‥자산가도 '리스크 지고 소비 줄이고'

과거 '고수익' 재테크는 실종됐다. 왠만한 투자상품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동등하거나 오히려 손해를 보게되면서 고객들은 이른바 멘탈붕괴(멘붕) 상태다.

자산가들의 투자패턴도 바뀌기 시작했다. 과거 리스크를 지지 않았던 사람들이 수익을 높이기 위해 리스크를 감내하는 성향이 생기고 있다. 강지현 하나은행 골드클럽 센터장은 "100억원 가량 있는 거액 자산가의 경우 아직까지는 금리가 낮아도 정기예금을 선택하지만 10억원 미만 자산가들은 투자패턴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정기예금을 통해 이자만 받고 살겠다고 하던 분들이 이제는 이자지급식 상품 중에서도 원금보장이 안되더라도 어느정도 이자가 보장되는 해외채권펀드, 이자지급식 ELS(주가연계증권) 등의 상품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가장 불안해하는 계층 중 하나는 이자소득만 믿고 있던 은퇴자들이다. 은퇴 후 현금자산이 5억~6억원 정도 있는 사람은 예전에는 이자소득을 믿고 넉넉한 생활을 했다면 이제는 소비를 줄이는 실정이다. 돈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배우자와 함께 사는데다 장수리스크도 있는 탓에 보수적이 된 것이다.

강 센터장은 "예전에는 주식시장이 좋아서 1억 정도로 주식에 투자해도 수익이 괜찮았는데 지금은 주식도 힘들고 금리도 낮아 저금리가 피부에 와닿는 때"라고 말했다. 또 “은퇴 트랜드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10억 정도만 남겨두고 자산에게 증여를 했다면 이제는 자녀에게 미리 증여하는 경우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며 “고액자산가의 경우라도 은퇴 후 자식에게 전세금 정도 얻어주는 것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 재테크보단 '세테크'…라이프 플랜 맞춰야

자산가들 조차 소비를 줄이는 현실에서 어떻게 자산관리를 해야 할까. 우선 자산가를 포함해 일반 중산층, 서민들도 재테크 보다는 세금을 줄이는 '세테크'로 초점을 옮길 필요가 있다. 신동철 우리은행 한강로지점 차장은 "저금리 시대에 들어 세테크 할 수 있는 상품의 인기가 높다"며 "주택청약저축도 예금금리보다 금리가 높아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김영규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장 역시 "부자 고객들은 새해에 세금이 올라간다고 하니까 비과세 상품을 우선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중산층 서민의 경우 지수 관련 펀드를 권하기도 했다. 김영규 센터장은 “중산층은 적립식 펀드, 채권형 펀드 등을 분할해서 하는 것이 낫다. 주식형(적립) 30%, ELS에 30%, 보험에 20~30%, 현금성자산 10~20% 정도의 포트폴리오가 좋다”고 말했다. 은퇴 이후 금리로 생활하는 사람들도 이자지급식 ELS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센터장은 “즉시연금 보험도 지금은 이자가 너무 낮아서 1억원을 넣어도 한달에 3%면 30만원, 3억원을 넣어도 100만원 밖에 안되는데 ELS는 6%되면 세금떼고 5%정도 나오니 그래도 좀 낫다”고 말했다.

저금리 상황에 맞춰 재테크 포인트를 ’라이프 플랜‘에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길성 알리안츠 여의도 위 커뮤니티 차장은 “생활비가 여유가 있고 나머지 자금을 굴리는 사람인지, 아니면 생활비 여유 없이 생활비, 노후, 결혼목돈 등을 구하는 사람인지에 따라 투자방식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며 “투자 목적을 분명하게 한 후 투자방식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도 “과거 고금리 방식으로 재테크를 하면 안되고 저성장 저금리시대에 맞는 재테크를 해야 한다. 짧게보다는 길게 운용하고(단 고금리는 수익률 높게 주는 곳에 짧게 해도 된다), 투자금액을 늘려야 한다. 1억정도면 노후생활이 가능하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투자액 자체를 늘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녀에 대한 지출 등 각종 지출을 줄여서 자산관리를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