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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이전에 준공된 국내 터널 중 절반이 넘는 54개는 지속적으로 보수·보강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은 지 50년 이상 된 터널 상당수는 누수(漏水)와 균열 현상까지 발견됐다. 평소 안전관리가 철저하다는 일본에서 지난 2일 터널 붕괴사고가 발생한 점과 관련, 우리나라 노후 터널은 과연 괜찮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3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길이 500m 이상 터널 2448개 중 보수나 보강이 필요한 안전 등급 C등급 이하가 139개에 달했다. C등급(138개)은 당장 붕괴나 사고 발생 위험은 없지만 지속적으로 보수·보강해야 한다. D등급(1개)은 사용이 일부 제한된다.

건설한 지 오래된 터널일수록 안전도가 낮다. 30년이 넘은 터널(105곳)은 절반 이상(54곳)이 C등급이었다. 50년 이상 된 터널(28곳)은 5곳을 제외한 23곳(82%)이 C등급을 받았다.

실제로 시설안전공단이 민주당 박기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50년이 넘은 서울시내 터널은 각종 노후화 현상으로 인해 대부분 잠재적인 사고 위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준공 110년을 넘긴 아현터널·연희터널·의영터널 등에서 누수 현상과 함께 백태·균열 등이 발견됐다. 박 의원은 "50년 이상 된 터널 중 최고 안전 등급인 A등급을 받은 시설물은 없었다"고 말했다. 아현터널 상·하행 구간과 의영터널 하행 구간은 모두 C등급을 받았고 각각 52곳, 36곳, 6곳에서 누수 현상이 나타났다.

일본처럼 천장 구조물이 붕괴된 사고는 아직 국내에는 없다. 김상환 호서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터널 천장에 배기구를 만들 때 따로 철골 구조물을 설치하지 않고 콘크리트로 일체화하기 때문에 일본처럼 천장이 내려앉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서울 남산 3호터널에서 작업자들이 벽면타일 교체 작업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터널이 일본보다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국내 대규모 터널에는 어김없이 대형 환풍기가 매달려 있다. 이런 구조물은 대부분 볼트로 연결한다. 한국시설안전공단 관계자는 "연결 부위에 사용하는 철제품은 통상 10~15년이 지나면 노후화하거나 부식된다"면서 "철저하게 보수·보강하지 않으면 피로 누적으로 붕괴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터널은 아니지만 성수대교가 이렇게 무너졌다. 현재 국내에는 준공 10년이 넘은 터널이 전체의 34%인 870여곳에 달한다.

안전 점검 방식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현재 전국 터널은 연간 두 차례씩 정기 점검을 받는다. 점검은 육안 조사가 전부다. 일본 사사고 터널도 육안 조사에 의존한 안전 점검을 한 지 두 달도 안 돼 사고가 났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 진단 업체의 경우 대부분 자본금 1억원 미만의 영세 회사"라며 "정기 점검은 혼자서 길이 1㎞짜리 터널을 1주일 만에 끝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나마 점검 보고서 작성에만 4~5일이 걸리기 때문에 실제로 현장 조사는 하루 이틀 정도에 끝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1970년대 경제개발을 추진하면서 도로·철도 건설이 집중돼 터널이 빠르게 늘었다. 1970년대 이전 40여개에 불과하던 터널은 1970년대에 60개, 1980년대에 169개가 지어졌다. 1980년대까지는 기술력과 비용 문제로 제대로 된 품질관리를 기대하기 힘든 시절이었다. 설계도를 무시한 채 공사 자재를 빼돌리는 비리도 적지 않았다. 더구나 길이 500m 이하 소규모 터널은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소규모 터널은 지방자치단체별로 점검이 이뤄지고 있는데 정확한 실태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