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가 자동차 문제와 관련 미국 소비자와 한국 소비자를 심하게 차별하는 모습을 보여,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현대·기아차가 지난 2010년 말 이후 판매된 약 90만대의 차량에서 연비를 부풀려 표기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곧바로 실수를 인정하고 북미시장에서 판매 중인 2011~2013년형 모델 20개 차종(약 90만대) 가운데 총 13종 차량의 연비를 하향 조정했다. 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에게는 86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보상금을 지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미국에서 연비 표시 문제로 소비자에게 보상금을 물게 된 현대차 신형 싼타페

반면 현대·기아차는 국내 시장에선 엔진꺼짐, 배기가스 실내유입 등 치명적 결함이 발생해도 금전적 피해보상은 커녕 정식 리콜조차 해주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기아차가 미국 소비자와 한국 소비자를 심하게 차별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 전문가들과 국내 소비자들은 “현대·기아차가 국내외 소비자의 대응방식에 차별을 두고 있다”며 현대·기아차의 이중적 모습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종훈 한국자동차품질연합 대표는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선 생명에 치명적이지 않은 연비표시 문제로 사과와 보상금까지 지급하면서, 한국에선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데도 사과는커녕 정식 리콜조차 하지 않는다”면서 “주행 중 엔진꺼짐, 실내 배기가스 유입 등의 결함은 연비표시 문제와 달리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심각한 문제로, 현대·기아차는 미국 소비자를 대하는 태도로 한국 소비자를 챙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 K5

한국소비자원은 지난달 30일 K5의 연료량 측정센서인 ‘연료센더’의 인식불량으로 엔진이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기아차에 안전조처 권고했다. 하지만 기아차는 정식 리콜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대신 수리를 요구하는 소비자에 대해서만 수리를 해주겠다고 밝혔다.

기아차는 “이번 K5 무상수리는 유사(가짜) 휘발유를 사용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문제로 제품결함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리콜을 해주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K5와 같이 연료 게이지 오작동으로 주행 중 엔진이 꺼지는 사고가 미국에서 발생했을 때 현대·기아차가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다”면서 “이중적인 모습을 가진 현대·기아차가 한국의 대기업이라는 게 부끄럽고 자동차의 결함은 원인이 중요한 게 아니라 결과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브랜드 로고

전문가들은 또 현대·기아차의 사과와 보상을 이끌어낸 미국 정부를 우리나라 국토해양부도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연비표시 실수를 인정한 것은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현대·기아차가 지난 2010년 말 이후 판매한 약 90만대의 차량에서 연비를 부풀려 표기했다고 성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YMCA 자동차안전센터 관계자는 “이번 K5 엔진꺼짐 결함은 명백히 안전부분에 대한 결함으로 국토부는 하루빨리 강제리콜을 명령해야 한다”면서 “국토부나 산하기관들이 결함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무엇이 두려워 답을 못 내놓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연비표시 실수를 인정함에 따라 최소 수천만 달러의 보상비용을 지급할 전망이다. 미국 디트로이트 뉴스는 피해 차량 소유주가 갤런당 1마일의 연비 차이가 있고 한 해 1만5000마일(약 2만4000㎞)을 운전한다면 1년에 88달러(한화 약 9만6000원)를 보상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만약 90만 명이 88달러를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현대·기아차가 보상해야 하는 액수는 7900만 달러(약 862억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