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인상, 반덤핑 제소, 특허 분쟁 등 세계 각국의 무역규제 조치로 인해 최근 8개월간 국내 기업들의 추정 손실이 45억8000만달러(약 5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18일 발표한 '최근 통상환경의 악화와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라 세계 각국의 무역제한 조치가 증가하면서 국내 수출기업의 피해 노출액이 30억달러, 국제 특허 소송에 따른 부담비용이 15억8000만달러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신규 무역제한조치로 인해 전세계 수입액의 0.9%, 948억달러 가량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세계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3.2%를 적용하면 우리 기업들의 피해노출액이 30억달러로 추정된다. 특허 소송 비용은 지난 8월까지 우리 기업에 대한 글로벌 특허 분쟁이 120건이었기 때문에 1건당 평균 비용인 300만달러와 2002~2009년 사이의 평균배상액인 1290만달러를 합해서 15억8000만달러로 산출했다.

무역자유화 정도를 나타내는 무역자유지수는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과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 모두 하락하는 추세다. 미국은 2010년 무역자유수지가 86.9였지만 올해 86.4로, 중국은 2010년 72.2에서 올해 71.6으로 각각 떨어졌다.

특히 국내 제품의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다른 국가들의 견제가 심해지고 있다. 국내상품 가운데 세계시장 점유율이 1위인 품목은 2002년 49개에서 2010년 131개로 크게 늘어났다. 5위 이내에 드는 품목을 포함하면 405개에 달한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에 대한 특허 소송 및 수입규제조치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제품에 대한 반덤핑 등 수입규제건수는 2000년 14건에 불과했지만 2012년 10월 현재 10배 가까운 122건으로 늘어났다. 국가별로는 인도가 23건으로 가장 많고 중국(17건), 미국(12건), 브라질(9건), 러시아(7건) 등이 뒤따랐다.

특허 분쟁의 경우 배상액이 커 기업 입장에선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최근 애플과의 특허소송에서 최대 10억5000만달러(1조2000억원) 배상 판결을 받았고 이외에도 9개국에서 총 50여건의 소송을 진행중이다. 최근 브라질에서도 현대·기아차 등 수입차에 대한 공업세를 인상했고 한국산 강판, 나일론 타이어 등 3개 품목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나섰다. 러시아 정부는 컴퓨터, 노트북, 올인원컴퓨터 등 국내제품에 대한 관세인상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주요 해외공관에 무역분쟁 담당관을 확충하고 정부간 협의채널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