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 내 디자인센터. 아직 준공식 테이프도 끊지 않은 새로 지은 이 건물 3층에 낯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한 대가 빛을 받으며 우뚝 서 있었다. 젊은 디자이너들이 하나 둘 모여 품평회 준비를 시작했다. 프로젝트명 'X100'이라 이름 붙은 차량의 여러 가지 버전 중 한 대였다. 앞으로 수백번 더 다듬어지고 나서 진짜 이름을 달고 2014년 말 소비자들 앞에 설 예정이다. SUV 명가(名家)로 이름을 날렸던 쌍용차의 명성을 되찾아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핵심 차량이다.

70여 명의 디자이너가 쌍용차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이제까지 쌍용차 디자인실은 본사 생산라인이나 연구개발센터와 떨어진 안성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회사가 안성 부지를 매각하면서 디자인실이 본사 품으로 들어오게 됐다. 2009년 파업사태 이전에는 기술연구본부 산하 조직이었던 디자인실이, 최근 상품개발본부까지 총괄하는 기술개발 부문 부사장 직속 조직으로 재편된 것도 디자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술가 이동기씨의‘아토마우스’작품을 입은 코란도C 아트카 주변으로 이명학 상무(왼쪽 아래 검정 셔츠)를 비롯한 쌍용차 대표 디자이너들이 모였다. 이들은“오래 두고 봐도 멋있는 쌍용차만의 클래식한 디자인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코란도 명성 이을 새 전략차 막바지 작업 중

디자인 총책임자인 이명학 상무 머릿속에는 내년 이후에 출시할 로디우스 등의 부분변경 차량 3종과 이후에 나올 체어맨 풀체인지 모델, X100, 인도 시장을 공략할 B100, 기타 파생차량까지 총 7개 프로젝트가 동시에 돌아가는 중이다. 현재 디자인실 인력은 전성기 때의 70% 수준이지만, 최근 해외 유학파 젊은 디자이너들이 속속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쌍용 디자이너들은 운전자가 들고 타는 스마트폰, 태블릿PC를 차량 정보 표시 장치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진일보한 유저인터페이스(UI·사용법)를 적용한 XIV시리즈 콘셉트카에 특히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공개한 XIV-1, 올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선보인 XIV-2, 그리고 지난달 파리모터쇼에 출품한 e-XIV까지, XIV 시리즈는 'X100'을 낳기 위한 일종의 시험 작업들이다. 모터쇼에 공개된 이 콘셉트카들을 접한 해외 언론들이 "쌍용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하기 시작했다.

이 상무는 "XIV는 익사이팅 유저인터페이스 비이클(eXciting user Interface Vehicle)의 약자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미래형 자동차를 의미한다"고 소개했다. 센터페시아에 달린 10인치 크기의 LCD 패널에서 웬만한 차량 정보는 모두 터치식으로 검색할 수 있게 설계됐다. 1000㏄ 가솔린 엔진에 80㎾ 전기모터, 리튬이온 배터리를 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e-XIV는 천장에 태양광 패널도 달았다. 태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 보조 배터리에 저장해 놓고 차량 내부 공기를 순환하거나 조명을 켤 때 요긴하게 쓰는 용도다. SUV이지만 스포츠 쿠페 같은 날렵한 느낌이 나도록 지붕 옆선을 완만하게 떨어뜨렸다.

콘셉트카 'e-XIV'

"'쌍용 프리미엄'이란 전통을 재해석한 클래식함"

현대·기아차 등 대형 업체들이 매년 여러 종류의 신차를 쏟아내고, 해가 바뀔 때마다 디자인을 상당히 손 본 변형 모델을 내놓고 있다. 이에 비해 쌍용차는 단출한 차종과 상대적으로 적은 개발비 등 여러 제약조건 속에 최적의 디자인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선행디자인팀 이근열 책임연구원은 "최신 유행 디자인들 사이에서 쌍용차는 시간이 지나도 오래갈 수 있는 지속성 있는 디자인을 찾고 있다"면서 "다소 보수적이고 진부하더라도 기존의 장점인 강인함과 고급스러움을 살린 디자인이 우리의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초 쌍용차의 부활을 알리는 모델로 신형 코란도인 '코란도 C'를 선보였는데 이때 'C'의 첫 번째 뜻으로 'Classy(세련된, 귀족적인)'를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