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그룹인 삼성과 LG가 최근 5년간 담합으로 받은 과징금이 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민식 의원(새누리당)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올해 9월까지 삼성과 LG 계열사들이 국내외에서 담합으로 제재받은 건수는 43건에 이른다. 과징금 규모도 9263억원이다.

삼성은 모두 32건의 제재를 받았고, 과징금은 3902억원에 이른다. 삼성생명이 지난해 12월 16개 생명보험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건으로 1578억원의 과징금을 받은 것이 가장 큰 규모다. 이외에도 삼성SDI가 컬러 모니터용 브라운관 담합으로 240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받았고, 삼성전자도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담합으로 968억원의 과징금을 받았다.

LG는 11건의 제재를 받았지만 과징금은 5361억원으로 삼성보다 오히려 많다. LG디스플레이가 미국에서 LCD 담합으로 4457억원의 과징금을 냈기 때문이다. 이 한 건으로 LG 전체의 담합 과징금 규모가 크게 늘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달 가격담합 혐의로 미국 검찰에 피소되기도 했다. 미국 일리노이주 검찰총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TV 모니터와 컴퓨터에 들어가는 음극선관 가격을 부풀리는 담합을 했다고 주장했다.

삼성과 LG는 최근 들어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OLED 특허 기술을 침해당했다며 삼성디스플레이를 상대로 특허침해금지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고, LG전자와 삼성전자는 냉장고 용량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과 LG가 혁신을 통한 성장보다는 담합과 제살깎기 경쟁에만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가 기술 경쟁을 외면하면 언제든 제2의 아이폰 쇼크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