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시한이 끝나는 한일 통화 스와프 연장 문제와 관련, 우리 정부의 시각이 "연장을 안 해도 문제가 없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한일 양국은 지난해 10월 유럽발 재정위기가 고조되자 한일 통화 스와프 규모를 130억달러에서 700억달러로 늘렸고, 오는 10월 말까지 이를 연장하지 않으면 통화 스와프 규모는 다시 130억달러로 줄어든다.

한국 정부는 지난 8월 독도 문제로 일본과 갈등을 빚으면서 일본 측이 통화 스와프 축소 가능성을 제기했을 당시만 해도 "정경(政經) 분리 원칙에 따라 냉정하게 대응하겠다"며 연장 쪽에 무게를 뒀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7일 "다른 파급 효과를 배제하고 한일 통화 스와프 자체만 보면 연장을 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며 "일본이 최근 '한국 측 통보가 없으면 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는데 여기에 우리가 의연하게 대처하자는 의견이 다수"라고 했다.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도 "지금은 외국 자금이 너무 들어와서 걱정인 상황"이라며, "작년에는 한일 통화 스와프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했지만 지금은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정부의 입장이 크게 달라진 데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우선 이 문제가 한일 양국 간 감정싸움 양상으로 번지면서 정부의 선택지가 좁아졌다. 한일 통화 스와프 문제에 밝은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먼저 숙이고 들어와야 연장을 해주겠다'는 (일본 측) 말을 듣고 정부가 그대로 할 수는 없다"며 "일본과 대화는 하겠지만 저쪽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우리가 먼저 연장 제안을 하지는 말자는 게 정부 내 기류"라고 했다.

최근 경제 상황 역시 한일 통화 스와프 연장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됐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5일 연중 최저치인 달러당 1111.3원을 기록할 정도로 안정된 상태다.

정부의 이 같은 기류 변화가 "일본과 막후 협상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엄포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는 10월 말 연장 시한을 앞두고, 이번 주 일본 도쿄에서 개막하는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을 파견해 막후 절충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