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알뜰형 소비가 늘고 있다.

올해 5월 서울 시흥동에 있는 기업형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가 폐업을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동네슈퍼가 문 닫는 것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SSM이 문 닫는 경우는 이례적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몇달새 불황의 그림자는 대형 유통업체에도 짙게 드리워졌다. 경기 불황에 영업규제 논란의 이중고 속에 대형마트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 경기불황·영업규제 겹쳐 매출 부진

대형유통 업체들의 부진은 각종 지표를 통해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매달 발표하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이마트(139480)·홈플러스·롯데마트 등은 지난 4월 이후 4개월 연속 작년 동기대비 마이너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1인당 구매단가’도 영업규제가 들어간 4월부터 하락세를 걷다가 지난달 폭염 관련 상품 매출 증가와 정상 영업이 가능한 매장이 확대되면서 겨우 내림세가 진정됐다.

특히 불황이 불어닥치면서 대형마트에서 매출을 이끄는 식품과 가정생활 품목뿐 아니라 가전문화, 잡화, 스포츠 등 사실상 전 품목에 걸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올 상반기부터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신선식품지수도 작년보다 3~4%가량 상승,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다.

실제로 이마트가 이마트 매장에서 판매하는 476개 전 상품군의 분기별 소비량 변화패턴을 분석해 실질 소비량을 나타내는 ‘이마트 지수’의 경우 지난 2분기 92.0을 기록,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94.8)보다 더 낮게 나왔다.

◆ 알뜰형 소비 속 반값 행사에 열 올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불황 속에서 덜 먹고 덜 쓰는 이른바 ‘알뜰형 소비’풍토가 확산되고 있다. 과거엔 눈길조차 주지 않던 PB(자체 브랜드) 상품과 할인행사 상품 등에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유통업계에선 ‘반값 상품’ ‘가격 동결’ 등의 행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구매할 때마다 카드에 적립되는 포인트나 DM(Direct Mail) 쿠폰 등을 적극 활용하는 알뜰 소비패턴도 강해지고 있다.

이마트에서 360여개 상품에 대해 200원에서 4만원까지 할인 혜택을 받을 있는 종이쿠폰 사용량의 경우 지난 7월 62만건으로 작년 동기 대비 10.7%가량 늘었다. 롯데마트도 지난 1~7월 쿠폰 회수율이 25%로 작년 동기 대비 7%포인트 증가했다.

◆ 정치권의 옥죄이기…끝없는 ‘불황 터널’

그러나 대형마트나 SSM 모두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여·야 할 것 없이 올 연말 대선을 앞두고 대형마트나 SSM 등에 대한 영업제한 조치를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부 의원들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의무휴업을 월 2회에서 월 3~4회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9월 정기국회가 열리면 해당 상임위 심의를 거쳐 기존 규제보다 대폭 강화된 법안이 나올 공산이 커졌다.

한 대형마트 임원은 “월 3~4회 강제휴무에 들어갈 경우 20% 내외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대형마트는 그럭저럭 버틴다고 하지만 매장 내 상품 구성비의 80%가량 납품하는 중소 납품업체는 한계점에 이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