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자들은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한다. 요즘 한국 증시가 미국·유럽에서 터지는 각종 돌발 변수에 좌지우지되다 보니, 기업 실적만으로 '내일의 주가'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형 증권사의 한 리서치센터장이 "한국 증시에 '한국'이 사라졌다"고 말할 정도. 도대체 내일 코스피 지수는 오를까, 내릴까. '오리무중(五里霧中)'시황을 전망할 때 유용한 정보가 한국 시각으로 야간에 열리는 국내외 주식 시장의 지수 등락 상황이다. 조선비즈는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에 의뢰해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 '나스닥종합 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런던 증시의 'FTSE100 지수', 국내에서 오후 6시부터 열리는 '코스피200 야간선물 지수' 중 다음 날 코스피 지수 시초가(해당일 최초로 형성된 가격)를 정확히 예고하는 지표가 무엇인지 분석해봤다.

최고 적중률 지수는?

키움증권 분석 결과, 올 들어 코스피 지수 최고 적중률을 자랑하는 지표는 '야간선물 지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야간선물 지수와 코스피지수 시초가가 똑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적중률이 81.3%나 된다. 야간선물 시장과 같은 시각에 장을 마치는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지수와 S&P500 지수의 적중률은 71.5%, 77.7%였으며 기술주가 많은 나스닥 지수의 경우는 69.3% 정도였다. 런던국제증권거래소(LSE)에 상장된 100개의 우량주식으로 구성된 지수인 FTSE100지수와 코스피지수 시초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경우는 50%에 불과했다.

실제로 지난 6월 29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유럽 각국 정상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합의 결과를 내놓자 한국 시각으로 밤에 열린 뉴욕 증시의 주가는 폭등했다. 다우존스 지수가 2.2%, 나스닥 지수가 3% 상승했다. 반면, 야간선물은 0.7%만 올랐다. 다음 날 코스피 지수의 시초가도 0.58%만 상승했다.

야간선물이 뭐기에

야간선물 시장은 정규 거래 종료 이후인 오후 6시부터 코스피200 선물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2009년 11월 개장한 야간선물 시장은 올 들어 거래대금이 급증, 7월 기준 거래대금이 81조원에 이른다.

염명훈 키움증권 글로벌 팀장은 "야간선물 시장은 거래 시간만 다를 뿐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어 유가증권 시장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외국인 매매 비중이 40%까지 올라 해외 투자 심리까지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박소연 한국증권 연구원은 "작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차액결제 선물환(NDF) 동향과 야간선물을 유용하게 활용했다"면서 "당시 새벽 야간선물 시장에서 의외로 별다른 동요가 없어 다음 날 코스피 지수도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했다"고 말했다. 야간선물의 약점도 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야간선물에는 국내 기관은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체 투자자를 대표한다고 보기에는 아직 어렵다"고 말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야간선물은 국내외에 걸친 복잡한 이슈가 터질 때 다양한 투자자들의 종합 심리를 확인하는 정도로 쓰면 좋다"고 조언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단기 이슈에 극히 민감한 것도 야간선물의 단점"이라고 덧붙였다.

유럽 지수가 별 소용 없는 이유

그리스 유로존 탈퇴 논란부터 스페인 구제 금융 신청까지 올 들어 해외 주요 이슈는 대부분 유럽 지역에서 터졌다. 그런데도 유럽 증시 상황을 대표하는 FTSE100 지수는 코스피 지수를 예측하는 데 별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FTSE 지수는 아예 보지 않는다"는 애널리스트들의 반응도 많다. 이재훈 연구원은 "최근 유럽 위기들은 각국 재정 상황과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스페인, 이탈리아 등 개별 국가의 주가지수나 재정 현황을 살펴보는 게 낫다"면서 "FTSE 지수는 유로존 위기에서 비켜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때 코스피 지수와의 연동성이 90% 이상이었던 다우존스 지수나 나스닥 지수의 적중률이 60~70% 대로 낮아진 것도 특기할 만한 결과다. 박소연 연구원은 "나스닥 지수는 최근 애플 주가에 지나치게 영향을 많이 받고 있고, 다우존스 지수는 30개 종목만 대상으로 하고 있다"면서 "뉴욕 증시 중에선 종목이 많은 S&P500지수를 많이 본다"고 말했다.

이승우 연구원은 "뉴욕 증시는 전 세계 경제 지표를 비교적 잘 반영하고 있어 무시할 수는 없다"면서 "절대적인 지수 그 자체보다 주식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치(눈높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지수가 좋으냐, 그렇지 않느냐를 보는 것이 분석 노하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