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다음 달부터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은행에 ‘프리워크아웃(pre-workout·단기 연체자의 채무를 조정해주는 제도)’ 프로그램이 도입된다. 은행연합회와 우리·하나·외환은행 등 16개 은행은 프리워크아웃 도입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최근 확정하고 은행별로 세부적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는 지난 6월 말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시중은행에 프리워크아웃 활성화를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15일 연합회와 은행이 만든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도입되는 은행 프리워크아웃 대상은 크게 30일 이내 연체자와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 연체자로 구분된다. 연체가 3개월이 넘어가면 개인 워크아웃 대상인 금융채무 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가 되기 때문에 부실이 커지기 전에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일반적으로 연체자를 1개월 미만,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 3개월 이상으로 구분한다. 1개월 미만인 연체자에겐 대출 이자에 대해서만 연체이자를 부과하고 1개월 이상 연체자에겐 원금과 이자에 연체이자를 부과하는 식이다. 연체 기간이 3개월이 넘어가면 연체이자가 더 높아진다.

권혁세(왼쪽) 금융감독원 원장이 지난 6월 시중은행에 프리워크아웃 제도 활성화를 주문하자 은행들이 다음 달 관련 프로그램을 출시하기로 했다. 지난달 정무위 회의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금감원 관계자는 "연체가 1개월 미만인 사람은 신용등급 하락이 우려되는 수준 정도에 불과하지만 연체가 1개월에서 3개월 사이인 사람은 개인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직전이어서 각각 다른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게 맞다고 논의가 이뤄졌다"며 "은행도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프리워크아웃은 연체 중인 대출을 은행이 연 10% 중반대의 이자를 받으면서 장기 분할상환 방식으로 전환하고 상환 실적에 따라 이자를 깎아주는 게 핵심이다. 가이드라인은 장기 분할상환 방식으로 전환할 때 거치 기간을 두지 않고 가급적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거치 기간을 두면 만기 시점에 또 연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이 확정되면서 우리·하나·외환은행 등은 각 은행의 특성을 반영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큰 틀은 정해졌지만 금리나 만기 조건, 적용 범위는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재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프리워크아웃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며 "다음 달 중순쯤 나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과 한국외환은행##도 프리워크아웃과 관련해 체계적인 방법과 절차를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다.

권혁세 원장이 프리워크아웃의 모범 사례로 꼽은 국민은행은 기존에 시행 중인 프로그램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주요 은행 중에서 신한은행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태다.

각 은행이 프리워크아웃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 워크아웃 신청에 앞서 가계대출 부실을 막을 완충장치가 추가된다. 은행의 3개월 미만 연체자 수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지만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저신용자는 지난 3월말 기준 660만명에 달한다.

금감원은 프리워크아웃 시행에 따른 대출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대출 원금을 감면하거나 기존 대출자보다 유리한 조건을 주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프리워크아웃은 상환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제도"라며 "도덕적 해이를 일으킬만한 과도한 혜택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