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한국GM의 부장급 이상 희망퇴직 신청에 이어 13일부터 르노삼성까지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하면서 국내 자동차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일고 있다.

한국GM의 경우 부장급 이상 600여명 중 20%가 이미 회사를 떠났지만, 구조조정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르노삼성의 희망퇴직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연구개발·디자인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분야를 대상으로 "수의 제한 없이 받겠다"는 입장이어서 직원들이 받는 충격이 크다는 분석이다.

◇르노삼성 "희망퇴직자 규모에 제한 안 둔다"

르노삼성 고위 임원은 12일 "이번 희망퇴직은 100명이든 1000명이든 전원 신청을 받아들인다는 게 본사 방침"이라고 말했다. 1000명이 신청해도 전원 받겠다는 뜻은 전 직원(5500명)의 20% 선을 구조조정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번 퇴직 신청에서 충분한 인원이 구조조정되지 않을 경우, 2·3차 구조조정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르노삼성이 대규모 감원에 나선 것은 최근 판매가 극히 부진한 데다 당분간 나아질 가능성도 없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의 올 1~7월 판매(수출 포함)는 9만4000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4% 줄었다. 7월만 보면 전체 판매가 전년보다 41%나 줄었고 내수는 반토막 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르노삼성은 2014년 말부터 닛산의 미국 판매 차량을 연 8만대 규모로 위탁 생산해 공장 가동률을 높인다는 계획이지만, 문제는 앞으로 2년간 먹고살 거리가 없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르노삼성은 올가을 이후 생산계획을 기존 계획보다 30% 이상 더 줄였다. 올해보다 내년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GM의 구조조정은 인사적체 등 구조적 원인의 탓이 크다. 한국GM의 올해 1~7월 판매는 전년보다 2% 줄어드는 데 그쳤다.

한국GM 관계자는 12일 "최근의 부장급 대상 희망퇴직은 지난 3월 부임한 세르지오 호샤 사장이 '한국인 관리직이 너무 많다'며 조직 슬림화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GM은 전 직원 1만7000명 가운데 생산직이 1만800명, 사무직이 6200명으로, 생산직 대비 사무직 비율이 많은 편이다. 또 전체 사무직 가운데 부장급 이상이 10%, 차장급 이상은 40%에 달한다.

그래픽=강지혜

◇"구조조정은 예고된 것"

르노삼성의 이번 구조조정은 르노삼성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실적으로 연결되기 힘든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르노삼성은 국내 완성차 5사 가운데 생산직 모럴과 판매 서비스 등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2010년에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고도 고작 영업이익 34억원을 기록했으며, 작년 실적도 평균 이상이었지만 2000억원대의 막대한 영업손실을 냈다.

업계에서는 르노삼성의 모기업인 르노가 르노삼성 매출에서 매년 1조원 가량을 각종 비용 명목으로 뽑아가면서도 르노삼성에 경쟁력 있는 신차를 투입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르노삼성의 판매 부진은 르노 본사가 사실상 방치한 것인데, 이에 따른 매출 감소나 대규모 감원의 고통은 르노삼성이 모두 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구조조정 대상에서 연구개발·디자인 부문이 빠진 것은 르노삼성을 아시아 연구개발 거점으로 유지하겠다는 르노 본사의 의지가 바뀌지 않은 것이라고 볼 수는 있다.

한국GM의 구조조정 역시 과거 대우자동차 시절의 '종합 자동차회사'에서 'GM의 생산거점'으로 기능이 바뀜에 따라 발생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한국GM은 제품 개발·구매·연구소·품질·재무 부문은 물론, 인사·국내영업까지 전부 외국인 부사장들이 맡고 있다.

또 200여명의 외국인 직원이 부장급 이상에 포진, 업무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 대우차 시절 '두뇌' 역할을 했던 한국인 관리직들이 현재는 대규모로 필요치 않게 됐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