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만들어낸 리더십 교훈을 직원들이 계속 따라갈 수 있는지에 애플의 성패가 달렸습니다”

임정욱 전 라이코스 대표는 ‘인사이드 애플(Inside Apple)’ 번역서 출간을 앞두고 지난 11일 조선비즈 연결지성센터에서 열린 한국IT클럽 오픈토크 행사에서 “좀 심하게 말하면 애플은 종교집단처럼 스티브 잡스의 영향력이 컸다”며 “향후 2년 정도는 잡스가 그려놓은 로드맵대로 회사가 운영되겠지만, 그 후의 운명은 스티브 잡스 후계자들에게 달려있다”고 말했다.

임 전 대표는 팀 쿡을 주목했다. 그는 “인사이드 애플을 보면 스티브 잡스가 팀 쿡을 채용한 것이 가장 잘한 일 중 하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잡스가 쿡을 신임하고 나서 회사 운영의 거의 전권을 맡기고 자신은 창의적인 부분만 신경 쓰면서 애플이 더욱 승승장구했다”고 말했다.

팀 쿡은 1998년 당시 대표적인 컴퓨터 기업이던 컴팩에 근무하던 중 스티브 잡스와 만나자마자 이런 사람과 한번 일해보는 것이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애플에 합류했다. 평범한 집안의 독신이며 취미도 없이 오로지 일만 열심히 하는 인물이라는 평가다.

임 전 대표는 실제로 스티브 잡스에서 팀 쿡 체제로 바뀐 이후 애플이 조직적으로 큰 변화는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잡스의 아이디어와 로드맵이 고갈됐을 때 팀 쿡의 진정한 역량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임정욱 전 라이코스 대표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인사이드 애플에 자세히 담겨 있다면서 이야기를 풀어놨다.

세계 최대 IT기업인 애플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애플 본사가 위치한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가보고 싶어한다. 하지만 철저한 보안에 외부사람이 실제로 애플 본사에 들어간 경우도 드물지만, 애플 내부에 대해 알려진 것도 거의 없다.

포천의 애덤 라신스키 선임기자가 쓴 ‘인사이드 애플’은 쿠퍼티노에 못 가본 이들이 궁금해할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애플의 문화와 그들이 일하는 방식을 전해준다. 애플의 최고위층부터 말단 엔지니어까지 40여명의 전·현직 임직원에 대한 직접 인터뷰로 '애플이 어떻게 움직이고,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지, 기업문화는 어떠한지'에 대해 심층 취재한 내용을 담았다.

임 전 대표는 애플의 기업문화로 '비밀주의'를 가장 먼저 꼽았다. 애플이 비밀주의가 심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들어보니 상상을 초월했다. 그는 "애플의 비밀주의는 신입엔지니어가 입사하면 6개월간 가짜 프로젝트를 맡기고 신뢰할만하다고 판단하고 나서야 진짜 프로젝트를 맡기는 수준"이라며 "애플 내부에는 직원들이 함부로 출입할 수 없는 '제한구역'도 많다"고 말했다. 스티브 잡스는 '비밀을 누설할 경우 퇴사는 물론 끝까지 쫓아가서 응징할 것'이라고 말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비밀주의는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임 전 대표는 "애플은 자신이 하는 일에만 집중하고 꼭 알아야 할 것이 아니라면 직원들 간에도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아이폰 5가 나온다고 해도 LTE(4세대 이동통신 기술)가 적용되는 모델인지 아닌지는 해당 담당자가 아니면 모른다는 것이다.

그는 "비밀주의로 스트레스를 받는 직원도 많지만, 정보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사내정치가 비교적 없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타부서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니 뒷이야기도 할 수 없는 문화"라고 말했다.

개별 직원들이 손익을 신경 쓰지 않는 문화 또한 애플만의 독특한 특성이다.

임 전 대표는 "애플에서 손익계산서에 신경 쓰는 사람은 CFO(최고재무책임자) 뿐이고 그 외의 모든 사람은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자기 할 일만 하면 된다는 게 애플의 철학"이라며 "애플 정도 규모의 회사가 단 한개의 손익계산서만 가지고 있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세트와 부품부분으로 나누어져 있고 그 안에 다수의 사업부분 책임 사장이 있는 것과 대조되는 철학이라는 설명이다.

이 외에도 디자인에 대한 집착과 모든 것을 애플 제품으로 통합(integration)해야 한다는 신념은 익히 알려진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다.

그렇다면 애플에서 일하는 사람은 즐거울까. 책의 저자인 라신스키 기자가 취재를 하면서 애플직원들에게 '즐겁게 일하고 있느냐'고 물었을 때 다수의 사람은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미션 때문에 일을 한다'고 답했다.

스티브 잡스는 평소 미션을 위해 일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는'사람들이 일을 사랑한다는 것은 재미를 느끼는 것과는 다르다. 재미는 오기도 가기도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한편, 임정욱 전 라이코스 대표는 조선일보 IT 기자 출신으로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서비스혁신본부장, 대외협력본부장, 글로벌센터장을 거친 이후 2009년부터 올해 초까지는 미국 라이코스의 대표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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