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남단에 위치한 사해(Dead sea) 전경.

18일 이스라엘 남단 타마르(Tamar) 지방의 네베조하르(Neve Johar) 사해 접경 지역. 차량으로 90번 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가다 보니 우측으로 일반 바닷물보다 7~8배 염도가 높아 어떤 생물도 살 수 없는 ‘사해(死海·Dead Sea)’가 모습을 드러냈다. 수면은 에메랄드 빛으로 반짝였고, 수면과 지면이 맞닿은 부분들엔 하얀 소금 기둥이 곳곳에 솟아 있었다.

차량에서 내려 사해 인근에 조성된 호텔·리조트가 있는 곳으로 가자 수백명의 사람들이 사해에서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사해는 염도가 너무 높아 물에 들어가면 몸이 저절로 뜬다. 그러나 눈이나 호흡기에 물이 들어가면 고통스럽기 때문에 수영은 불가능하다.

사해에서 해수욕을 즐기고 있는 관광객 전경.

사해 해변의 모래사장에는 곳곳에 ‘머드(Mud·진흙)’가 비치돼 있었다. 이곳에서 머드를 바르고 있던 이자벨(Isabel·52)씨는 “피부가 좋지 않아 이곳에서 사해 목욕과 머드팩을 하기 위해 휴가를 왔다”며 “프랑스에서도 이스라엘에 있는 사해는 피부미용을 위한 휴가지로 인기”라고 말했다.

◆ 클레오파트라가 독점했던 사해 진흙이 필수 관광·미용 상품으로

죽음의 바다라 불리는 사해는 이름과 달리 일반 바닷물과 비교하면 평균 10배가 넘는 광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칼슘, 마그네슘, 브롬 등 30여 가지의 각종 무기물과 사해에 녹아 있는 소금은 체내 삼투압 기능을 향상시켜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소염작용까지 한다.

이 때문에 사해의 소금·머드는 피부미용뿐만 아니라 근육통·관절염에도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세기의 미인’이라고 꼽히는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도 사해 소금·머드를 독점적으로 사용해왔다고 알려졌다.

사해 인근 지역의 아하바 매장 전경.

사해 소금·머드의 높은 인기 때문에 이스라엘에는 이를 이용한 미용 상품이 넘쳐난다. 특히 이스라엘 자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끄는 화장품 브랜드 ‘아하바(AHAVA)’는 1988년 사해 소금·머드를 상품화한 회사로 전 세계 33개국, 총 5300개의 판매처를 갖고 있다.

◆ “이스라엘 방문한 여성이라면…”, 아하바 제품 쓸어담는 관광객

네베조하르에서 차량으로 20여분을 이동하면 미츠페살렘(Mitzpe Shalem) 지역에 있는 아하바 사해 연구소(AHAVA Dead Sea Laboratories)가 나온다. 이날 이곳은 수십여대의 관광버스에서 내린 각국의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아하바 제품은 이스라엘 도시 어느 곳에서나 살 수 있지만, 사해와 가장 가까운 생산시설인데다 가격도 일반 소매품보다 저렴해 사해를 들른 관광객들이 몰린 것이다.

아하바 사해 연구소에서 연구용으로 채취한 사해 머드.

연구소 내에 있는 한 제품 판매원은 “사해가 워낙 유명한 관광지다 보니 연구소를 들르는 미국·유럽·아시아 관광객들이 해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며 “아시아에서는 특히 한국인 관광객이 많다”고 말했다.

수천년 전부터 사해 소금·머드는 피부미용이나 치료 목적으로 쓰였지만, 화장품으로 상품화된 것은 2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아하바는 1988년 사해 지역의 스파에서 일하고 있던 지바 길라드(Ziva Gilad)가 사해를 찾은 관광객이 사해 소금·머드를 퍼 가는 것을 보고, 인근 4곳의 키부츠(kibbutz·이스라엘 생활공동체), 이스라엘 대기업인 가온(Gaon) 등과 함께 협력해 설립했다.

사해 전경.

현재 아하바는 이스라엘뿐 아니라 독일 베를린, 헝가리 부다페스트, 필리핀, 싱가포르, 한국에 단독매장을 갖고 있다. 평균 1억5000만 달러 수준인 전체 매출의 40% 정도가 이스라엘에서 발생하며, 미국 30%, 유럽·아시아 등 기타 지역이 30% 정도를 차지한다.

미할 롬(Michal Rom) 아바하 부사장은 “최근 회사 차원에서 한국을 잠재적인 전략시장으로 분류했고, 그 일환으로 한국의 대성그룹을 통해 단독매장(디큐브시티)도 열었다”며 “단독 매장을 중심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넓히고, 유명 백화점 및 소매점 등을 통해 판매처를 확대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