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마진(No Margin·이익이 없음)수준으로 입찰하면 답이 없습니다. 사우디 발주처가 한국업체들을 동원해 경쟁시키는 분위기예요. 제2의 중동 붐이라고 추켜세우지만, 공사 준공되면 남는 것도 없을 겁니다.”(A건설 관계자)

최근 ‘수주 텃밭’으로 통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대규모 공사발주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실적도 좋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쏟아진다. 그러나 저가 수주(평균적인 공사비보다 싼 가격에 수주한 것)가 많아 수주 자체가 ‘속 빈 강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선비즈가 지난해 사우디에서 국내업체가 입찰했던 공사 중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입찰 금액이 5~20%까지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았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전 공사 경험 및 업체의 보유 기술에 따라 입찰가격이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경쟁 입찰가격이 5% 이상 차이난 것은 마진율을 줄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국내업체는 사우디에서 사우디 자국기업에 이어 2번째(전체 금액의 23%)로 많이 수주를 했다.

협회 및 건설업계 취합

지난해 9월 삼성물산이 수주한 '사우디 쿠라야 가스복합화력발전소' 1·2차(IPP·민자발전)는 지난해 대표적인 저가 수주 논란 대상이다. 삼성물산은 1차 발전플랜트 입찰에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이후 세부 협상과정에서 2차 발전소까지 일괄 건설하는 안을 제시해 1·2차 발전플랜트를 동시에 수주했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1차 발전플랜트(1963MW)의 입찰 당시 다른 업체들보다 입찰가를 약 18% 이상 싸게 썼다.

삼성물산의 1차 발전플랜트 수주금액은 약 11억900만달러. 킬로와트(kW) 당 565달러 수준이다. 당시 입찰에 참여한 국내 업체인 두산·한화건설 컨소시엄은 729달러(14억8000만 달러), 현대건설은 691달러(13억4100만 달러), GS건설·GE 컨소시엄은 698달러(12억7900만 달러)를 입찰가로 썼다. 건설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시중 EPC(설계·구매·시공) 금액은 킬로와트 당 700달러 수준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지난해 3월 수주한 '사우디 샤이바 NGL 가스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총 4개 공사로 구성돼 있는데, 삼성엔지니어링은 가스처리시설의 경우 SK건설보다 입찰가를 10% 싸게 써냈고, 열병합시설은 현대건설보다 17%를 싸게 썼다.

협회 및 건설업계 취합

최저가를 써낸 업체와 두 번째로 낮은 가격을 써낸 업체와의 가격차이는 별로 나지 않지만, 세 번째로 낮은 가격을 써낸 업체와의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상황도 많다. 이는 두 업체 간 저가 수주 경쟁이 치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우디 와짓 가스 프로젝트'는 SK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수주 경쟁을 벌였던 프로젝트다. 총 4개 공사로 이뤄져 있다. SK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입찰가 차이는 공사별로 1~3% 정도였다. 그러나 2개 공사의 경우 입찰에 참여했던 GS건설##의 입찰가와 두 업체의 입찰가는 22~34% 차이가 났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저가수주를 하는 것은 매출액을 늘려 회사 규모를 키우고, 차후 발주되는 물량을 선점하겠다는 이유도 있다”며 “그러나 저가수주가 계속되면 재투자할 여력이 없어져 해양 플랜트 등 부가가치가 높은 시장에 진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중국·인도 건설사가 플랜트 시장에 뛰어들면 국내 건설사는 가격 경쟁력을 잃어 해외 시장에서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