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가 다음달 한국에 발매하는 휴대형 게임기 '닌텐도 3DS'. 이 제품은 작년 2월 일본에 먼저 출시됐다.

비디오게임기 회사 닌텐도가 작년 2월 일본에 내놓은 휴대형 게임기 ‘닌텐도 3DS’. 이 게임기는 특수 안경을 쓰지 않고도 3D 입체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출시 1년 만에 전 세계적으로 500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런데 한국 사용자는 한국어판 닌텐도 3DS를 아직 사용할 수 없다. 닌텐도가 다음달 28일이 되어야 닌텐도 3DS를 국내에 정식 발매하기 때문이다. 닌텐도의 본사인 일본과 한국의 출시일이 무려 1년 이상 차이가 난다.

닌텐도는 일본 출시 후 한달만인 작년 3월에 북미와 유럽, 호주 등에 3DS를 선보였다. 하지만 닌텐도는 3DS 뿐만 아니라 대다수 제품을 한국에서만 ‘지각출시’하고 있다. 때문에 닌텐도 게임기를 사려면 ‘해외로 나가 구매하는 것이 더 빠르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소비자들은 한국법인을 둔 닌텐도가 신제품을 제때에 출시하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이런 닌텐도의 행태에 대해 “해외에서 실컷 팔고 남은 재고를 한국에 떠안기는 속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열심히 만들다보니 늦었다는 해명

닌텐도는 한국 출시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한국 현지 실정에 맞게 제품개발을 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릴 수 밖에 없고, 제품 발매가 늦어졌다는 입장이다. 한국어 지원이나 그래픽 등의 작업에서 완벽을 기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

하지만 닌텐도와 비디오게임 시장에서 경쟁하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일본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는 해외와 국내 출시 시점사이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실제 소니가 올 1월 일본에 내놓은 휴대형 게임기 ‘PS 비타’는 지난달 한국에 나왔다. MS의 경우에도 2010년 6월에 북미에서 나온 신형 X박스 360를 같은 해 9월 국내에 선보였다. 동작인식게임을 지원하는 주변기기 키넥트 역시 2010년 11월에 북미와 국내에 출시됐다.

따라서 닌텐도만 출시 전략에서 차별을 두고 있는 것은 분명 닌텐도가 시장규모가 작은 한국 소비자를 홀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2006년 7월에 한국닌텐도를 설립해 국내 시장에 진출해 있는데도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한국 법인의 역할에도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다.

닌텐도는 과거 한국에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스타급 모델을 내세웠다. 소녀시대는 '닌텐도 DSi'의 모델로 활동한 적이 있다.

◆"광고비 쓸 돈 있으면 개발에 집중하라"

닌텐도는 거치형 비디오게임기 '위'(wii)를 2008년 4월 국내에 내놓았다. 일본 등 해외에서는 이미 2006년 말부터 판매하던 제품이다. 또 다른 제품인 닌텐도 DSi 역시 일본에는 2008년 11월에 나왔지만, 한국에는 2010년 4월에야 들어왔다. 호주나 유럽, 미주도 일본보다 출시가 반년 정도 늦은 경우가 있지만 한국처럼 1년 이상 차이가 나는 판매국은 드물다.

닌텐도는 과거 한국에서 원빈, 소녀시대 등 톱스타를 광고모델로 기용했다. 정작 게임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적기 출시 원칙은 지키지 못하면서도 마케팅비용은 펑펑 쓰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닌텐도가 광고비에 들어갈 돈을 현지화 작업에 쏟아붓는다면 출시가 빨라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닌텐도는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국내에 제공하는 소프트웨어(SW) 역시 부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임기가 늦게 나오는데다 즐길 만한 콘텐츠도 많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회사원 전모(35)씨는 “대부분의 닌텐도 인기 SW는 한글판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드래곤퀘스트9라는 게임을 구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한 적도 있다”고 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닌텐도가 앞으로도 한국 시장에 소홀한다면, 결국 이는 실적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가뜩이나 국내에서 비디오게임이 온라인게임에 밀리고 있는데, 지금 같은 닌텐도의 이상한 전략은 소비자의 등을 돌리게 하는 원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