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게릴라 현수막 전경.

“벌금 내도 상관없어요. 현수막 광고 효과가 생각보다 좋거든요.”(한 대형건설사 직원)

최근 봄 이사철을 맞아 미분양 아파트 등을 팔기 위한 건설사들의 ‘게릴라 현수막’이 길거리에 넘쳐나고 있다.

게릴라 현수막이란 공무원 단속이 없는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 새벽까지 ‘용산이 한눈에’ 등과 같은 문구를 단 현수막을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버스정류장, 육교 난간에 설치했다가 회수하는 광고물이다. 본래 현수막은 옥외광고물법 등 관리법에 따라 지정된 게시대 외에는 설치할 수 없고, 그 외엔 상위법에 근거해 허가를 받지 않는 한 모두 불법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현수막을 포함한 유동광고물 수거 건수는 1902만4378건이고 이중 과태료를 부과한 광고물은 전체의 0.1%인 1만8799건이다. 총 과태료는 46억1700만원으로 건당 평균 과태료는 25만원가량이다.

올해는 1월과 2월에 수거한 현수막이 각각 2만412건, 3만58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986건, 1만3234건 늘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매년 봄·가을 이사철이 되면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게릴라 현수막이 급증한다”며 “지난해도 전년보다 늘어나 특별 단속을 펼쳤는데 올해는 단속인력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더 늘어났다”고 말했다.

불법 게릴라 현수막 전경.

건설사가 단속을 각오하면서까지 게릴라 현수막을 선호하는 이유는 비용 대비 광고 효과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게릴라 현수막은 일반 현수막과 달리 광고물 제작·설치·회수까지 비용에 포함되며 서울지역의 경우 장당 3만원, 경기권은 3만5000원쯤 비용이 든다. 100장을 주문해도 광고 효과가 가장 좋다고 알려진 인터넷 배너 광고의 5분의 1수준이다.

또 과태료는 평균적으로 한 장에 약 25만~30만원이지만, 단속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실제 단속에 걸리는 경우도 많지 않다. 대부분의 건설사는 분양대행업체를 통해 현수막 광고를 집행하기 때문에 건설사는 과태료 부담도 없다.

한 분양대행업체 관계자는 “어차피 단속에 걸릴 확률이 낮기 때문에 분양대행업체들은 과태료 부분을 감수하고, 건설사에게 돈을 받아 광고를 집행한다”며 “요즘 분양대행업체끼리 경쟁이 심해 요령껏 알아서 하겠다는 분양대행업체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작정하고 주말에 단속을 나가도 막상 전화를 하면 ‘우리가 다는 것을 봤느냐. 우리는 모르는 일이다’라고 잡아떼는 경우가 많아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가로수나 난간에 현수막을 줄로 고정하는 방식이 아닌 ‘인간 게릴라 현수막’도 등장했다. 이는 화물차에 현수막을 싣고 다니며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두 사람이 직접 현수막을 펼치고 서 있는 것으로, 공무원 단속직원이 나타나더라도 바로 도망을 갈 수 있어 과태료 부담이 없고 평일에도 현수막 광고를 할 수 있어 건설사들도 선호한다.

게릴라 현수막 판매 업체 사이트 캡쳐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수막 가격에 홍보인력 2명의 인건비만 계산해주면 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게릴라 현수막보다 경제적이고 홍보 효과가 크다”며 “수도권 주요 미분양 단지를 홍보하는 데는 인간 게릴라 현수막이 대세”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택 경기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아 신종 불법 홍보물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들은 오토바이나 봉고차에 현수막을 싣고 다니며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과태료 부과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