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월평균 가계소득 384만2000원·가계소비는 239만3000원
-가계 수지 흑자 전년比 5.5% 증가···소득분배지표는 모두 악화

지난해 연중 내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를 오르내리는 고(高)물가 상태가 지속되면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무척 팍팍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득분배 상태도 악화되는 등 소득 양극화 현상이 1년 전에 비해 확대된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2010년 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월평균 가계소득은 384만2000원으로 전년보다 실질 기준으로 1.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3.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지는 않는 명목 경상 가계소득 증가율은 5.8%로 집계됐다.

◆소득은 안 늘어 소비 줄였다…연금·세금 등 비소비지출은 크게 증가

소득이 그다지 늘지 않자 가계 부문은 소비를 줄이는 쪽으로 대응했다.

지난해 월 평균 소비지출은 239만3000원으로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 증가율은 0.6%에 불과했다. 경상 소비 증가율이 4.6%에 이르렀지만, 대부분 물가 상승으로 인한 착시효과라는 것이다. 그나마 미국의 이란 제재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하기 시작한 지난해 4분기에는 실질 소비가 0.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상승으로 인한 고물가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소비침체 국면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같은 소비증가율이 둔화되는 것에 비해 세금와 연금, 사회보험료 등 비소비지출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72만2000원으로 전년대비 7.2% 증가했다. 이는 명목 경상 소비증가율 4.6%에 비해 3%포인트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세금 납부액을 의미하는 경상조세가 8.2% 증가하고, 연금은 8.0%, 사회보험은 11.9%씩 각각 증가했다. 사적 비소비지출 중에서는 이자비용이 13% 늘었고, 기부금 등 비영리단체로의 이전은 5.2% 증가에 그쳤다.

소비 항목별로 식료품 지출은 명목으로 7.1% 늘었지만 실질로는 0.9% 감소했다. 이는 물가상승으로 인해 식료품 지출액은 크게 늘었지만, 먹는 양은 2010년보다 오히려 줄었다는 뜻이다. 교통 지출의 명목 증가율은 8.7%였던 반면 실질 증가율은 1.6%에 불과하는 등 물가상승에 따라 명목 소비는 늘었지만, 전체적으로 실질로는 소비 수준이 악화된 흐름을 나타냈다. 교육비 지출은 명목상으로도 0.7% 줄어 최근 발표된 사교육비 통계와 유사한 흐름을 나타냈다.

◆가계수지는 다소 개선…소득 분배 악화

이렇게 물가 상승 등으로 가계 소비가 둔화 되면서 가계수지는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가계의 평균 소비성향은 76.7%로 전년대비 0.6%포인트 하락했다. 가계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월평균) 311만9000원으로 전년대비 5.5% 증가했다. 처분가능소득이 늘어난 반면 소비성향을 둔화되면서, 가구 당 흑자액은 72만7000원으로 전년대비 8.3% 증가했고, 흑자율도 전년보다 0.6%포인트 상승한 23.3%로 집계됐다.

소득 분배 상태도 모두 조금씩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계층별로 소득이 얼마나 균등하게 분배되어 있는가를 평가하는 데 사용되는 지니계수는 지난해 0.311로 전년(0.310)보다 소폭 상승했다. 지니계수가 높아지면 소득 불균형이 심해졌다는 걸 나타낸다.

소득 상위 20%가 하위 20%에 비해 얼마나 더 많은 소득을 벌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5분위 배율 지난 2010년 5.66에서 5.73으로 높아졌다. 소득이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계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상대적빈곤율 역시 전년(14.9%)보다 0.3%포인트 높아진 15.2%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