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데이터'가 IT업계 화두로 떠올랐지만, 일각에서는 예전의 유비쿼터스나 웹2.0과 같이 일시적인 유행어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IBM·HP·EMC와 일본 후지쓰·히타치같이 IT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IT 정보를 분석해주는 거대 기업들이 자신들의 상품을 팔기 위해 만든 용어라는 것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온갖 정보를 분석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파악해 이를 개발하거나 마케팅 방향을 정한다는 전략은 일견 타당하다. 하지만 분석을 위해 들어가는 투자 비용을 고려할 때 별로 큰 이득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불신은 지난 10년간 IT업체들이 "비즈니스의 모든 방식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주장했던 유비쿼터스, e비즈니스, 웹2.0 등이 한때의 유행처럼 지나갔기 때문이다. 유비쿼터스는 만물에 신(神)이 깃든다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로, 모든 사물에 컴퓨터칩이 내장돼 서로 소통하는 시대가 온다는 것. e비즈니스는 기업의 업무를 인터넷을 통해 함으로써 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개념이다.

이런 개념들은 예상보다 늦게 오거나 조금 다른 방식으로 오긴 했지만, 실제 사회를 바꾸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빅 데이터도 마찬가지로, 기업들이 소비자의 속내를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란 데는 전문가들 사이에 큰 이견은 없다.

다만 빅 데이터 시대의 주도권을 누가 잡을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IBM 같은 시스템 분석 회사가 될지, 구글·애플·아마존·페이스북 등 소비자들의 정보를 직접 모으는 기업이 될지 모른다.

예컨대 애플은 소비자 2억명이 스스로 결제를 위해 입력한 신용카드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이용자 8억명이 매일같이 접속해 남기는 시시콜콜한 정보를 갖고 있다. 페이스북이 보유한 데이터양은 무려 100페타바이트. 1페타바이트는 약 100만기가바이트로, 1기가바이트 용량의 영화 1억편을 저장하고 있는 셈이다.

빅 데이터 사용 시대가 정착되려면 '개인 정보 보호'라는 벽(壁)을 넘어야 한다. 구글이 지난달 검색·유튜브·지메일 등 서비스별로 따로 관리해왔던 개인 정보를 오는 3월부터 통합해 관리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많은 사용자가 비판했다. 구글이 빅 데이터를 활용해 '빅 브라더'가 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