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학교폭력의 유해요인으로 게임을 지목하고 칼을 빼들었다. 게임업계는 중독 예방과 치유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게임을 학교 폭력의 요인으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정부는 6일 오전 관계부처장관이 참여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2시간 단위로 게임 접속을 자동 차단하는 '쿨링오프제' 도입과 게임물 합동조사 결과의 게임물 심의 반영, 게임중독치료 돕기를 위한 자금 출연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학교 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내놨다.

이번 정부 대책에 대해 게임 업계는 대체적으로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향후 게임 산업에 미칠 후폭풍을 우려했다.

게임회사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게임업계가 사회가 인정할만한 눈에 띄는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학교 폭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그 요인으로 규정된 게임 중독의 원인이 과연 게임 자체 때문인지 다른 원인이 있는지 선후관계를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유럽에서도 아직까지 게임이 폭력성을 부르는 원인이라는 데 의견이 분분하다"며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에 이어 교육과학기술부까지 나서 게임에 대한 3중 규제를 현실화하면서 그간 고용을 창출하고 수출에도 일조하고 있는 게임 산업의 위축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중독 대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정부의 획일적인 규제보다는 업계와 학부모들과 자율적으로 해결방안을 찾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임업계의 한 임원은 "게임 산업이 그만큼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며 "콘텐츠 수준이 높은 '웰메이드(well made)'게임을 가려내는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콘텐츠가 좋고 나쁜면이 있든 게임을 획일적으로 나쁘다고 매도해서는 안된다"며 "이를 위해 중독에 대한 명확한 과학적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임원은 또 "게임 산업은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도 가장 고급스럽고 창의적인 산업에 속한다"며 "게임은 거스를 수 없는 문화적인 현상인데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면 결국 우리 사회에 부정적인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의 문제점에 대한 객관적 조사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학계 한 전문가는 "게임과 폭력을 하나로 묶어서 보는 관점은 낡은 사고"라며 "학교 폭력의 해결책을 엉뚱한 데 책임을 묻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또 "게임의 폭력 효과에 대한 해석은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 등 해외 학계에서도 서로 엇갈린다"며 "중독에 대한 과학적 해석과 규정을 전제로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