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에서 한우 가격이 크게 떨어졌는데도 소비자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것은 백화점 등 유통업체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소비자 단체인 한국소비자연맹은 20일 "공정거래위원회 지원을 받아 백화점 음식점 등 전국 641곳의 쇠고기 가격을 점검한 결과 도매가격 하락폭과 비교해 소비자 가격이 미미하게 떨어졌거나 오히려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는 유통업체들이 높은 마진을 챙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맹에 따르면 1++, 1+, 1, 2, 3 등 총 5등급 가운데 가장 등급이 높은 1++ 쇠고기값은 2010년 10월과 비교해 2012년 1월 현재 도매가격이 평균 22.7% 떨어졌다. 하지만 소비자 가격은 6% 떨어지는데 그쳤다. 1++등급의 갈비·안심 가격은 내리기는커녕 같은 기간 각각 1.2%와 1.6% 올랐다. 도매가격이 내렸는데 소비자 가격은 오른 것이다. 이 같은 사정은 다른 등급도 비슷하다.

도매가격과 소비자가격의 차이는 유통 마진 때문이다. 한우 고기값 가운데 유통업자의 몫은 2009년 37.5%에서 2011년 42.3%로 높아졌다. 유통업자들이 중간에서 많이 챙기니 도매가격이 크게 내려도 소비자 가격은 덜 내리거나 오히려 오르는 것이다.

쇠고기는 유통업체 중 백화점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백화점의 1++ 등급 쇠고기 100g(그램)당 평균 판매가는 1월 기준 1만1738원으로 할인매장(8047원), 기업형수퍼마켓(8862원), 동네 정육점(6373원)보다 훨씬 비쌌다. 백화점과 동네정육점을 단순 비교하면 두 배 가까운 격차가 난다.

백화점들은 특히 도매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1++ 등급과 1+ 등급 쇠고기 가격을 2010년 10월과 비교해 1월 기준 0.9%와 3.4%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형 수퍼마켓은 1++등급 쇠고기값을 12% 올렸다.

그러나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같은 등급이라도 포장 상태, 관리 과정, 지방 제거 등 노력에 따라 맛과 영양에서 차이가 발생한다"며 "등급만으로 가격을 비교해선 안 되고 매장 운영비 등 다른 원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