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호 기자

요즘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삼성물산##본사 건물은 썰렁하다. 외투는 기본적으로 입어야 하고 사무실에서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으면 손이 점점 차가워질 정도다. 건물이 썰렁한 이유는 정부의 전력난 대책에 따라 실내 온도를 20도로 맞췄기 때문이다. 온도는 건물을 관리하는 부서에서 통제하기 때문에 단 1도 올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삼성물산뿐만이 아니다. 전국 4만7000개 중소빌딩은 겨울철 내내 실내 온도를 20도로 유지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지난해 9월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정전사태가 벌어지자 정부는 올겨울에도 전력 부족으로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건물 실내 온도를 강제로 낮추는 내용 등을 포함한 절전대책을 2개월 전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전력문제는 단순한 에너지 절약 차원이 아니라, 위기관리 차원에서 국민 모두 절박한 심정으로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라며 "저도 최근 실내 온도를 낮추고 내복을 챙겨 입었다"고 말했다.

정전이 발생하면 은행·병원·공장 등 기업은 물론 대다수 국민이 큰 혼란을 겪는다. 사람 목숨이 달린 병원은 말할 것도 없고 대규모 공장을 운영하는 대기업은 정전 때문에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 이런 혼란과 피해를 막기 위해 추워도 옷을 껴입으며 견디는 것이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을 홍보하느라 바쁜 국토해양부는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전국 16개 보(湺) 모두 야간 경관 조명을 실시하는 등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토부는 "대도시 주변인 낙동강의 강정고령보와 수도권의 이포보는 아름다운 야간 경관으로 소문이 나 야간에도 인근지역 주민의 발길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국토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관계자는 "직접 현장에 가서 야간 조명이 들어온 것을 UCC와 사진으로 찍으면서 확인했다"고 까지 말했다.

한강 이포보에 설치된 야간 경관조명의 모습. 국토부는 "이포보는 아름다운 야간 경관으로 소문 나 야간에도 인근 지역주민 등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들 보의 야간 경관 조명이 얼만큼의 전력을 쓰고 있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관계자는 “경관조명은 LED라 사용량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며 “조명의 전력 소비량은 4대 강 전체 전력의 0.2% 수준으로 알고 있는데, 정확한 수치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명박 정부의 최대 사업 중 하나인 4대 강 사업을 어떻게 해서든 국민에게 예쁜 모습으로 보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절전을 위해 강제로 실내 온도를 낮추는 등 전 국민적 협조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간 조명까지 밝혀가며 4대 강 방문객을 유치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