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의 하나금융지주 외환은행 편입 승인여부에 대한 결정이 다음달 중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민주통합당 의원 4명이 16일 금융위를 항의방문하는 등 정치권의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아 시장에서는 론스타가 이번에도 외환은행을 매각하지 못하면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이 불발로 끝나면 어떻게 할 것 같냐'는 질문에 "생각하고 있는 게 있지만 지금 밝힐 수는 없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론스타가 외환은행 보유지분 전량을 주식시장에 매각한 후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나금융과 합의한 매각가격과 시장매각 가격의 차액을 배상해달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론스타가 새로운 외국계 투자가를 물색할 수도 있지만 세 번이나 매각에 실패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규 매수 희망자를 찾는 것에는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 외환은행 매각 이번도 안 되면? 국내는 불가능…외국계도 쉽지 않아

금융위가 다음달 중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편입 승인 결정을 내릴 수도 있지만 일부에서는 금융위가 정치적인 여론 부담 때문에 편입을 불허하거나 매각명령 시한이 끝나는 5월까지 결정을 내리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은행에 이어 하나금융까지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받지 못하면 론스타로서는 국내 금융회사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금융회사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려 할 경우 '론스타의 먹튀를 도와줬다'는 식의 반대 여론이 계속 나올 것이며, 금융감독당국이 그 여론을 극복할 힘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A은행 관계자는 "한번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겠지만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다 합의해서 왔는데 금융감독당국이 두번이나 승인을 해주지 않는다면 당연히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회사의 외환은행 인수가 불가능하다면 론스타는 외국계 투자가로 다시 눈을 돌릴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과 유럽 금융회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할 여력이 충분치 않다. 론스타측 인사들이 중국을 가끔 방문하고 있어 중국 금융회사도 매수희망자로 고려해 볼 수 있다. 공상은행 등은 우리금융지주 매각 입찰에 참여하려 했었다는 루머가 있었다. 우리나라와 중국 간 무역규모가 커서 무역금융이 강한 외환은행이 매력적인 투자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이 아직 금융에서는 규제가 많고 낙후된 상태이기 때문에 국내 금융산업 발달에 도움이 되지 않고 그래서 금융감독당국의 인수 승인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 증시에 시가매각 후 정부 소송 가능성

전문가들은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받지 못하면 주식시장에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해 버리고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ISD)에 제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B은행 관계자는 "하나금융에 매각하는 것까지 실패하면 외환은행 주가가 폭락하든 말든 보유지분을 시장에 던져버리고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있다"며 "시장 매각 가격과 국민은행 HSBC 또는 하나금융과 합의했던 가격의 차액을 배상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89개국과 투자협정을 맺고 있으며 이 중 81개국과 체결한 투자협정에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조항이 포함돼 있다. 론스타가 ISD조항을 근거로 정부 정책과 규제 때문에 손해를 입었다면서 소송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론스타의 소재지인 벨기에와도 투자협정을 체결한 상태다.

론스타로서는 현재 외환은행 주가가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가격 면에서도 소송하는 게 유리하다. 외환은행 주가는 13일 종가 기준 7470원이다. 하나금융과 재계약을 통해 정해진 주당 매각가격은 1만1900원이다. 하나금융과 합의한 총 매각가격은 3조9156억원이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지 않고 13일 종가로 다른 매수희망자에게 매각한다고 했을 때 총 매각 가격은 2조4579억원이다. 론스타 입장에서는 약 1조5000억원을 손해보는 셈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10~20% 정도라는 점을 감안해도 1조원 이상이 손해다.

◆ "론스타 소송 건다면 승소가능성 높아"

전문가들은 론스타가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건다면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다면 론스타가 산업자본인지 여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것 자체가 적법했는지 등에서 의견대립이 팽팽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에 제소할 경우는 정부의 정책이나 규제가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혔느냐를 따지기 때문에 론스타의 승소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식을 주식시장에 매각한다면 물량 부담 때문에 주가가 폭락할 수 있다. 론스타가 정부에 요구하는 손해배상액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