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값 파동'으로 축산 농가가 몸살을 앓고 있다. 육우(젖소) 송아지 한마리값이 1만원대까지 떨어졌고, 4~5개월 된 한우 송아지값도 작년 4월 194만원에서 12월 121만원까지 떨어져 심상치 않다. 다 큰 성우(成牛)값은 송아지에 비해 가격 하락폭이 크지 않지만 역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픽 참조>

소값 파동은 1980년대 중반, 1990년대 후반에도 있었다. 10년 정도를 주기로 세 차례나 같은 문제가 반복되자 전문가들은 "이참에 정부의 축산정책은 물론, 정부의 수급 예측을 '소귀에 경 읽기'식으로 무시하고 쏠림 현상을 보이는 농가의 행태도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값 파동의 근본 원인은 매번 같다. 쇠고기 수요에 비해 소 사육 두수가 늘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 게 화근이다. 작년 4분기(10~12월)에 소 사육 두수는 295만두에 달해 정부가 추산하는 적정치 250만두를 40만두 이상 웃돌았다. 2009년 264만두를 기점으로 소 사육 두수가 급격히 늘어난 결과다.

그럼에도 정부는 과거와 달리 적극적인 수급 조절에 나서지 않았다. 정부는 1998년의 소값 파동 때는 소를 세금으로 직접 사주고, 금지됐던 소 밀도축을 농가에 허용해 주는 것과 같은 강한 카드를 꺼내들었었다. 그러나 그 여파로 2000년대 초반 쇠고기 공급이 부족해져 반대로 쇠고기값이 급등하는 역풍을 맞았다. 이런 경험 때문에 정부는 그 이후엔 직접적인 수급 조절을 자제했다.

◇축산농가 60%가 영세농, 수급 조절 힘들어

안상돈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정부가 장차 소값이 떨어질 것으로 홍보하고 지도해도 이를 듣지 않고 무작정 소 사육에 몰린 농가들에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2009년 이후 농촌경제연구원을 통해 과잉 사육에 대해 경고했으며, 생산자단체와 지방자치단체에 한우 자율 도태 추진을 촉구했다고 밝혔지만, 이런 경고를 농가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통 송아지(4개월령)가 도축 단계의 성우로 크는 데 2년 이상 걸린다. 농가들은 2년 뒤를 내다보고 소를 더 키울지 말지를 판단해야 하는데, "지금 쇠고기값(성우값)이 비싸니 송아지를 더 키우자"는 식으로 소 사육을 늘린다. 이 송아지들이 커서 시장에 쏟아질 때면 가격이 급락하는 것이다.

국내 축산농가의 60%가량이 소를 1~2마리 키우는 영세 농가여서 수급 조절이 더더욱 어렵다. 소 1마리 키우던 농가가 1마리씩만 더 키워도 소 사육 두수가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황인식 한우협회 파주시 지부장은 "한우협회가 소 과잉 생산을 여러 차례 경고했기 때문에 소값 급락에는 분명 농민들 책임도 있지만, 정부에 대한 농민들의 불신이 워낙 깊은 데다, 마땅한 대체 소득도 없어 현재의 소값을 보고 소를 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상'만으론 안 돼

더 근본적으로는 이참에 시장 논리에 벗어난 정부의 축산 정책을 전면 재손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급락한 데 따른 손해를 유독 농가에만은 국민 세금으로 매번 보상해주는 바람에 농가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가 커졌다는 것이다. 작년 4분기 기준으로 한우 사육 농가는 16만2929가구, 젖소 사육농가는 6068가구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정부가 손해를 메워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만드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태호 서울대 교수는 "정부 지원으로 소값이 오르자 너도나도 소를 키운 탓에 몇년 전부터 소값이 떨어질 거라는 경고가 나왔지만 먹혀들지 않은 것"이라며 "쇠고기는 식량 안보와 관계없는 사치품으로 정부에서 손댈 필요가 없다. 무(無) 정책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농식품부가 지난 4일 발표한 한우대책에도 암소 도축을 장려한다며 연간 300억원의 세금으로 보조금(암소 1마리당 30만~50만원)을 주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