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5일 산은지주를 연내 기업공개(IPO) 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그 성공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제상황이 나쁠 것으로 보여 시장여건이 얼마나 좋을 지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또 산업은행이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대상이 될 수 있을지도 중요한 포인트다.

◆ 산은지주 IPO 준비 착수 "PBR 1이면 좋겠다"

산은지주는 연내 IPO를 완료하기 위해 준비에 착수했다. 조만간 IPO 주관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산은지주 관계자는 "2009년부터 매년 하는 얘기가 '연내 민영화에 착수하겠다'이긴 했지만 이번에는 정부가 적극적인 입장이고 우리금융 민영화가 이미 불발됐기 때문에 '산은 민영화는 우리금융 이후'라는 얘기도 없어졌다는 점에서 예년과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예상 주가를 묻는 질문에 "시장에서 결정될 것이긴 하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을 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현재 각 은행의 PBR는 0.5~0.7 수준으로 상장된 은행들의 평균은 0.65 정도다.

산은지주는 가능하면 정부의 중기재정계획에 명시된 대로 올해 지분 10%를 매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 회장은 "시장 여건에 따라 올해 매각할 지분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IPO는 지분 10% 이상을 의무적으로 매각해야 하기 때문에 지분 매각 규모는 10% 이상에서 결정돼야 한다. 또 매각 규모의 20% 이상은 공모를 해야 한다. 산은지주의 자본금이 18조원이니까 이를 순자산으로 보면 PBR이 1일 경우 시가총액은 18조원, 이 중 10%를 매각하면 1조8000억원이다. 예상 공모 규모는 최소 3600억원인 셈이다.

◆ 시장여건 나빠지면 IPO 어려워

정부와 산은지주가 아무리 IPO를 추진하고 싶어도 시장여건이 받쳐 줘야 가능하다. 강 회장도 "시장 여건이 정 안 좋으면 제값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무리하게 IPO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올해는 유럽 재정위기, 미국 경기 둔화 등으로 경제상황이 좋지 않고 금융시장도 어느 때보다 불안정하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유럽 재정위기가 더욱 악화될 경우 국내 주식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 투자매력 갖출 수 있나‥'수신기반이 아킬레스건'

산은지주가 투자자들에게 매력 있는 매물이냐도 관건이다. 산은지주는 일단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윤만호 산은지주 부사장은 "우리금융은 이자 이익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국내 은행 시장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외국 투자가들에게 큰 매력이 없었다"며 "하지만 산은지주는 이자 이익과 수수료 이익이 반반씩인 데다 프로젝트파이낸스(PF) 기업금융(CB) 사모투자(PE) 등이 강점이어서 다른 은행과 차별화돼 있고 성장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산은지주는 외국 투자가들과 접촉해 본 결과 충분히 투자매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강 회장은 "국내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만으로도 10~30%의 지분은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의 평가는 다르다. 당장 수신기반이 문제다. 산업은행의 지점은 60개에 불과하다. 강 회장은 "세계 유수 은행들도 지금은 지점을 줄이거나 매각하는 추세인 데서 볼 수 있는데 지점이 많을 필요는 없다"며 "점포 내 점포(BIB)를 포함해 지점을 올해 140개 늘려 200개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이 강력한 영업망을 갖추고 있는 상황에서 대우증권 영업장을 활용하는 점포 내 점포로 경쟁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산업은행의 자금조달 중 예수금 비중과 전체 대출 중 개인대출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적정한 수준의 개인 예금과 대출을 갖추지 못하면 경기 변동에 따라 경영이 어려워지고 수익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예수금 비중이 낮으면 나머지는 시장에서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해야 하는데 경기가 나쁘거나 위기에 빠질 때는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고 자금 조달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대출도 경기가 나빠질 때 기업대출 연체율은 개인대출의 2~3배로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