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주부 신연수(40)씨는 최근 4세대 이동통신(4G LTE)에 가입하려다 포기했다. 신씨는 LTE의 무선 인터넷 속도가 기존 3세대(3G) 이동통신보다 5배 이상 빠르다고 해서 데이터 위주로 스마트폰을 쓰려고 했다. 카카오톡 같은 무료 메신저 프로그램을 자주 사용하면서 문자메시지나 음성통화 사용량이 확 줄었기 때문. 하지만 대리점에서는 "LTE는 3G와 달리 반드시 음성·문자·데이터를 패키지로 묶은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고 했다. 신씨는 "내가 필요한 서비스만 쓰고 싶은데, 통신사들이 요금을 올리려고 끼워 팔기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LTE 가입자가 100만명을 돌파하면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만 비싼 요금제 때문에 불만을 표시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통신사들은 3G 이동통신 가입자에게는 음성·문자·데이터를 자유롭게 골라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제공하지만 신규 서비스인 LTE는 패키지 요금제만 고수하고 있다.


슬그머니 살아난 끼워 팔기

현재 SK텔레콤은 LTE 전용 정액 요금제 7종, LG유플러스는 8종을 내놓았다. KT는 아직 LTE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았다. LTE 요금제는 매달 납부하는 금액에 따라 기본으로 제공하는 음성통화와 데이터 용량이 늘어나는 구조다. 3G에서 월 5만4000원 이상을 내면 무선 인터넷을 용량 제한 없이 마음껏 쓸 수 있던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는 없어졌다.

문제는 통신사들이 요금제를 모두 패키지로만 구성했다는 것. 예를 들어 SK텔레콤의 LTE 520 요금제는 월 5만2000원에 음성 250분, 문자 250건, 데이터 1.2기가바이트(GB)를 제공한다. 여기서 음성통화를 줄이고 데이터 용량을 추가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데이터 3GB를 쓰려면 반드시 1만원을 더 내고 음성 350분, 문자 350건을 함께 묶어서 구매해야 한다.

LG유플러스 요금제도 대동소이하다. 데이터 11GB를 쓰려면 월 10만원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여기에는 음성 1200분, 문자 1000건이 포함돼 있다. 고객이 다 쓰지 않은 음성이나 문자에 대해서도 꼬박꼬박 요금을 물어야 하므로 통신사는 앉아서 돈을 버는 셈이다.

문자 다 안써도 요금은 꼬박꼬박

통신사들은 이런 식으로 LTE 가입자들이 내는 요금을 높이고 있다. LTE 가입자는 대부분 월 6만2000원 요금제에 가입한다.

스마트폰으로 고화질(HD) 영화 1편만 봐도 2GB가 들기 때문에 데이터 용량을 늘리는 것이다. 직장인 김건수(43)씨는 "통신사들이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가 줄어드는 추세를 막기 위해 '꼼수'를 쓰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통신사들은 3G 이동통신에서도 이런 식의 끼워 팔기 요금제를 고수했다. 하지만 고객 불만이 커지자 지난 8월 마지못해 선택형 요금제를 도입했다. 당시 SK텔레콤은 "음성·문자·데이터를 각각 필요한 만큼 조합해 요금제를 구성하는 획기적 서비스"라며 "연간 2080억원 규모의 요금 인하 효과가 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LTE 요금제에서는 슬그머니 끼워 팔기 요금제를 되살렸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아직 LTE 서비스는 도입 초창기여서 요금제가 다양하지 않은 편"이라며 "고객들의 사용 스타일에 맞는 요금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