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개발 사업 초기 비용 많이들고 미분양 위험도 증가
-조합원, "경쟁 낮아져 선택권 제한"…반대 움직임

지난달 말 열린 경기도 안산 선부동 3구역 재건축 시공사 선정 총회 결과 롯데건설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 일대 아파트 792가구를 재건축하는 사업으로 공사금액은 1400억원가량.

예전에는 대형건설사가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할 정도의 규모에 불과하지만, 롯데건설과 현대건설은 각각 717억원씩 지분을 갖는데 만족하며 중견건설사인 경남기업을 제치고 이 사업의 시공권을 따냈다.

최근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서 여러 건설업체가 함께 모여 시공사로 참여하는 컨소시엄 입찰이 늘고 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을 꺼리고 있어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삼성물산·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았다가 최근 현대건설·포스코건설·SK건설 컨소시엄으로 시공사가 변경된 왕십리뉴타운 3구역 모습

◆ "같이 하자"…재개발·재건축 사업 컨소시엄 구성 참여 늘어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남 창원시 교방·성호·교원지구 재개발 시공권을 놓고 쌍용건설은 대우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이 사업지는 쌍용건설이 오랫동안 공을 들인 사업지지만 최근 대우건설을 끌어들여 수주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

또 전북 전주 완산구 서신동 주택 재개발 구역에서는 이미 시공권을 따낸 삼성물산이 SK건설을 끌어들여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서울에서도 시공사 교체가 진행된 왕십리 뉴타운 3구역에서는 현대건설·포스코건설·SK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 결과 시공사로 선정됐다.

S 건설 관계자는 “예전에는 대형건설사 한 곳으로도 충분했던 사업지라도 최근에는 여러 건설사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한다”며 “대형 사업지일 경우 컨소시엄 구성 업체가 3~4개까지 늘고 있다”고 말했다.

◆ 건설사, “이익 줄어도 ‘독박’ 쓸 수는 없어”

이처럼 건설사들의 컨소시엄이 늘어나는 이유는 주택 분양시장 침체가 계속되면서 리스크(위험요소)를 분담하자는 건설사들의 전략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이미 토지가 확보돼 있고 향후 발생하는 비용은 조합원의 분담금과 일반 분양 수익으로 조달해 초기 사업비가 적게 들어 건설사들이 선호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양을 포기하고 현금 청산을 하는 조합원들이 많아 건설사들의 사업 초기에 부담하는 비용도 크게 늘었다. 특히 아파트 분양 시장도 나빠져 있어 향후 분양 실적이 저조하면 건설사들도 막대한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결국 초기 사업비 부담을 줄이고 미분양 위험을 서로 나눠보자는 취지에서 컨소시엄이 활발하게 구성되는 것이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최근 대형건설업체들은 보수적으로 사업성을 평가하고 있어 단독입찰보다는 수익이 적어도 컨소시엄 구성을 선호한다”며 “앞으로 건설사 간 전략적 컨소시엄 구성은 더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경쟁 줄어 조합에 불리”…조합원, 컨소시엄 ‘반대’

건설사들은 컨소시엄을 선호하는 데 비해 조합원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실제로 경기도 안양 임곡3지구 재개발 사업의 경우 지난 9월 건설사들의 입찰제안서 제출을 앞두고 조합원들이 집단적으로 컨소시엄 참여 회사를 거부하고 나섰다.

조합원들이 건설사 컨소시엄을 반대하는 것은 건설사 간의 경쟁이 없어져 상대적으로 덜 유리한 조건으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아파트 브랜드에서도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조합원들의 컨소시엄 반대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주택경기가 좋지 않아 입찰에 참여하고 조합원들이 선호하는 건설사들은 한정돼 있다”며 “이들이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할 경우 조합원들의 선택권은 매우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