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현대자동차의 한 전시장. 주차장에 쏘나타와 제네시스 등 30여대의 차량이 늘어서 있다. 판매 사원에게 다가가 2012년형 쏘나타 GLS를 사고 싶은데 값을 얼마나 깎아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그는 “지난달(10월)까지만 해도 물량이 없어 생산자권장가격(MSRP)을 거의 그대로 받았는데 이번 달부터는 재고 상황이 좋아져 700달러 정도 깎아줄 수 있다.”면서 “계약을 하면 차는 금방 출고할 수 있다”고 했다.

다시 자동차 중개상을 통해 협상을 해봤다. 900달러를 더 깎아줄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결국 MSRP가 2만1455달러인 제품에 대해 최종적으로 제안받은 가격은 1586달러 저렴한 1만9869달러. 190마력의 힘을 내는 2.4L(리터) GDI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가 달렸고, 주요부품에 대해 10년 또는 10만 마일(약 16만km) 보증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가격이다. 이날 현지 신문에는 같은 차량을 최저 1만7995달러까지 팔 수 있다는 광고도 실렸다.

현대차가 펼치는 ‘제값 받기’ 정책이 해외시장의 실제 거래 과정에선 이행되지 않고 있다. 3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트루카닷컴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살 수 있는 2만1455달러짜리 쏘나타의 최저 가격은 1만9546달러다. 9%가량인 1909달러 싸게 살 수 있는 것이다.

도요타의 캠리와 쉐보레의 말리부 가격도 비교해봤다. 2만2715달러짜리 캠리는 9% 할인된 2만738달러에 구매가 가능했고, 쉐보레 말리부는 2만2755달러짜리를 17% 할인된 1만8855달러에 살 수 있었다. 이 금액은 회사가 제공하는 할인에 딜러가 제공하는 할인, 금융비용 효과 등을 포함한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상반기 대당 1689달러를 할인해 팔았지만 올 상반기엔 1146달러로 할인 규모를 32% 축소했다. 이는 업계 평균치(2432달러)는 물론, 할인 혜택이 적은 것으로 유명한 도요타(1866달러)보다도 훨씬 적은 것이었다. 이런 제값 받기에 힘입어 현대차는 상반기에 작년보다 31.6% 증가한 3조954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이 31조8921억원에서 38조3249억원으로 20.1% 증가한 것에 비해 큰 폭 상승한 것이다.

하지만 경쟁 업체들의 할인 공세에 현대차는 다시 할인 규모를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할인 혜택이 늘어나면 현대차의 수익성도 악화할 우려가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내년 자동차 시장 상황이 나빠질 것을 대비해 현대차가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 같다”면서 “자동차업계의 경쟁이 경기가 좋을 때는 ‘수익성’ 게임이지만 경기가 나쁠 때는 ‘재고관리’ 게임인 것을 감안하면 할인 규모를 늘려서라도 차를 많이 파는 것이 유효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할인 혜택이 늘면서 현대차 가격은 국내가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165마력의 힘을 내는 2012년형 쏘나타 2.0L Y20 모델의 기본 가격은 자동변속기 모델 기준으로 2190만~2800만원이다. 현대차가 12월 쏘나타 구매고객에게 30만원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빼면 가격은 2160만~2790만원이다. 이들의 평균 가격은 2470만원이고 보증은 5년 10만km다.

반면 현재 미국에서 살 수 있는 쏘나타 가격은 트루카 닷컴 가격 기준으로 1만9546달러(2205만원)다. 미국에서 파는 쏘나타가 배기량이 큰 엔진을 탑재했고, 10년 10만 마일이라는 더 나은 보증을 제공하는데도 국내 평균 가격보다 265만원가량 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