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남부 바이에른주(州)에 있는 소도시 잉골슈타트에는 50대 이상이 많이 가는 수퍼마켓이 있다. 가게 이름도 '에데카(Edeka)50+'이다.

독일의 대형 수퍼마켓 체인 중 하나인 에데카는 잉골슈타트에 50대 이상의 은퇴자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2008년 5월, 1만평이 넘는 매장을 고령자 전문 유통점으로 확 바꿨다. 선반의 높이는 다른 매장보다 20㎝ 낮은 1.6m로 조정했고, 계산대도 일반 매장보다 낮게 설치했다. 쇼핑 카트는 휠체어와 연결해 이용할 수 있게 하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도 쉽게 끌 수 있도록 다양한 모델을 준비했다. 또 카트에 돋보기를 부착해 깨알만한 글씨의 제품 설명서를 금방 확대해 볼 수 있게 했다. 눈이 부시지 않는 매장 바닥, 넓은 통로, 손쉬운 주차시설, 혈압계 등을 갖춘 휴식코너 등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매장 직원들도 고객과 비슷한 50세 이상으로 바꿨다. 이 매장은 오픈하자마자 지역 주민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오픈 후 첫해 연 매출이 50%나 늘었다.

독일의 대형 수퍼마켓 체인인 에데카는 50대 이상 은퇴자가 많은 소도시 잉골슈타트에 고령자 전문매장 ‘에데카 50 ’를 열어 매출을 크게 끌어올렸다. 한 고령여성이 손잡이가 낮아 끌기 편하고 긴 막대 손잡이가 달린 카트를 끌며 과일매장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왼쪽 위 작은 사진은 한 노인이 카트에 달린 돋보기로 깨알만 한 글씨의 제품설명서를 확대해 보고 있는 모습.

'에데카 50+'는 저성장 시대에서 유통업체들이 살아남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도시의 활력이 떨어지는 대신 은퇴자가 늘어나면서 소비자 시장이 크게 변화한 점을 간파해 고령자들을 주력 고객층으로 삼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새 성장 동력을 찾은 것이다.

유통업체는 소비층의 사소한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자신들의 고객이 누구이고, 고객의 소비 행태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잠재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

명품 고객과 대중 고객을 동시에 공략해 고객 기반을 확대하라

저성장 시대에 유통 업계가 기존 매출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고객 기반을 넓히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요즘에는 소득이 줄어들면서 합리적인 가격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필요한 물건은 비싼 명품이라도 주저 없이 구매하지만(이런 경향을 '트레이드 업'이라고 한다), 그렇지 않은 상품은 실용적이고 가격이 낮은 것들을 구입해 절약하려는(트레이드 다운) 소비행태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트레이드 업/트레이드 다운'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명품업체와 대중을 타깃으로 한 업체 간에 고객층이 겹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소비층을 흡수할 전략을 펼쳐야 한다. 선진 유통업체들은 프리미엄 고객과 매스(대중) 고객의 장벽을 뛰어넘는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며 고객 저변 확대에 나서고 있다.

패스트 패션의 유명 대중 브랜드인 일본의 유니클로는 명품 디자이너 질 샌더와 제휴한 ‘ J’ 브랜드를 선보여 명품 고객과 일반 고객 모두에게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J 브랜드를 판매하는 프랑스 파리의 유니클로 매장에서 고객들이 상품을 고르고 있다.

미국의 명품 백화점인 니먼 마커스는 기존에 파는 제품보다 약간 가격이 싸고 트렌디한 상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세컨드 라인(second line)' 체인인 '커스프(Cusp by Nieman Marcus)'라는 길거리 매장을 통해 다양한 스타일의 제품을 싼값에 구매하고 싶어하는 일반 고객층을 공략하고 있다. 이는 기존 항공사들이 저가(低價) 항공사에 새롭게 진출하거나, 스타우드 그룹과 같은 럭셔리 호텔업체가 중저가 호텔 체인을 만들어 대중 고객을 흡수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대중 브랜드들은 반대로 명품 고객들을 공략하기 위한 사업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의 대표 브랜드인 일본의 유니클로는 최근 알렉산더 왕이나 질 샌더와 같은 명품 디자이너와 협업해 제품을 내놓고 있다. '명품 디자이너가 만든 대중 제품'이란 콘셉트로 명품 고객과 일반 고객의 구매 욕구를 함께 자극한 것이다. 비싼 브랜드의 로고가 드러난 제품을 구매하고 싶어하는 과시형 소비층과 자신의 스타일에만 맞으면 싼 제품도 주저 없이 구매하는 스타일 중시형 소비층이 시장에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고객을 세분화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창출하라

구매층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고객을 찾아내고, 이들에게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시장 변화에 따라 고객을 세분화해 공략해야 한다는 뜻이다.

일본 편의점 로손(Lawson)에서 운영하는 '로손 플러스'와 '로손 스토어 100'은 각각 주부 고객과 1인 가구를 겨냥해 상품 구색과 매장 레이아웃을 차별화하고 있다.

로손 플러스는 웰빙에 민감한 주부 고객을 겨냥해 유기농 제품과 저(低)칼로리 식재료, 간편한 포장 음식, 화장품 등을 매장에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이 업체는 프랜차이즈 점포가 꾸준히 늘어 현재 2000여개 점포가 일본에서 성업 중에 있다.

로손 스토어 100은 최근 1인 가구가 늘고 있는 추세에 착안해 채소와 과일, 육류 등의 신선재료를 소량으로 포장 판매해 인기를 끌고 있다. 로손 스토어 100은 2005년 오픈 후 5년 만에 1000개 점포를 돌파하며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선진국 시장은 거의 모든 상품이 포화 상태에 있다. 이런 시장에서는 명품이라도 고객의 요구(Needs)에 부응하지 못하면 싸구려 상품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다. 반면 고급 사치품이 일반 고객들에게 인기를 끌어 날개돋친 듯 팔리기도 한다. 선진국 이외의 다른 시장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상품은 물론 매장 인테리어에 이르기까지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치열한 유통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상품 그 이상의 가치를 팔아라

요즘 소비자들은 제품을 살 때 자신의 경제적인 효용을 높여주는 것 이상을 원할 때가 많다.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에 의미를 담아주는 제품이 보일 때, 고객은 기꺼이 물건값을 치르려 한다.

이런 트렌드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미국의 프리미엄 아웃도어 패션업체인 '파타고니아'이다. 파타고니아는 "우리는 사업을 통하여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생각하고 실행한다"는 모토를 내세우며 매출의 1%를 친환경 기금으로 적립하고, 본사와 공장에서 사용하는 전기 중 50% 이상을 대체 에너지로 충당하는 등 친환경 가치를 실천하고 있다. 이 기업은 155개의 아웃도어 관련 회사를 동참시킨 환경보호 연합(The Conservation Alliance)도 이끌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경쟁사보다 두 배 이상 비싼 가격에 의류를 판매하고 있지만, 상품이 불티나게 팔려 매출이 최근 5년 사이에 38% 증가하였다. 파타고니아는 고객들에게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경보호에 동참한다"라는 가치를 전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미국의 신발 유통 전문점인 톰스 슈즈(Toms' shoes)는 2006년에 아르헨티나 어린이들에게 신발 1만 켤레를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고객이 한 켤레를 구입할 때마다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에게 신발 한 켤레를 기부하는 프로그램을 펼쳐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업체는 신발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몰려 2010년 9월까지 20개국에 100만 켤레를 기부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