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5대 건설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보증)잔액이 지난해 말보다 460억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침체 이후 대규모 부실로 저축은행 등 금융권과 건설사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PF대출은 시행사가 건설사업을 위해 금융권으로부터 빌리는 돈이다. 그러나 시공사(건설사)가 지급보증을 서기 때문에 사업이 잘못되면 건설사가 최종 책임을 지게 된다.

26일 국내 시공능력평가순위 1~5위인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포스코건설, 대림산업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 등에 따르면 이들 5개 업체의 상반기 말 기준 PF 대출잔액은 8조9643억원으로 지난해 말 8조9174억원 보다 469억원 늘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말 1조9864억원에서 올 상반기 1조5920억원으로 줄었지만, 나머지 4개 회사는 각각 135억~1680억원씩 증가했다.

건설사의 PF 대출잔액은 시행사가 빌린 대출에 대해 지급보증을 서 준 금액과 특정 프로젝트의 부동산 등을 담보로 발행하는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Asset-Backed Commercial Paper) 금액을 합해 계산된다. ABCP는 건설사가 어음을 발행해 현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예를 들면 1년 만기 100원 짜리 어음을 95원에 판매하고 1년 뒤에 어음을 산 투자자에게 100원을 줘 보유 부동산 자산을 현금화하는 것이다. ABCP는 일반적인 대출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해당 프로젝트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을 경우 건설사가 지는 부담은 일반 대출과 비슷하기 때문에 지급보증과 마찬가지로 우발채무(일정한 조건이 발생했을 때 채무가 되는 것)로 분류된다.

상반기 현재 PF 대출잔액이 가장 많은 회사는 GS건설로 ABCP 1조2305억원, PF 대출 1조2968억원 등 총 2조5273억원이다. 이는 GS건설을 제외한 4개 업체의 평균 PF 대출잔액 1조6092억원보다 1.6배가량 많은 수치다. GS건설은 서울 종로구 청진동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시행사인 지엘피에프브이원㈜와 서울 마포구 합정동 일대 복합단지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메이저디벨로프먼트에 각각 5790억원, 1581억원의 지급보증을 서고 있다.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PF 대출잔액을 자본총계로 나눈 수치도 상반기 현재 GS건설이 0.65로 5대 건설사 중에서 가장 높았다. 이 수치는 자본총계가 크거나, PF 대출잔액이 적을수록 낮게 나오기 때문에 수치가 낮을수록 재무구조가 건전하다는 뜻이다. 하나대투증권의 이창근 애널리스트는 "GS건설의 PF 대출잔액은 4분기 중 청진동 사업 시행자가 토지를 매각하면 5700억원 줄어들기 때문에 연말이면 개선될 전망"이라며 "자본총계대비 PF 대출잔액 비중도 연말이면 0.43배로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5대 건설사 중 이 수치가 가장 낮은 건설사는 삼성물산으로 PF 대출잔액(1조4622억원)이 자본총계(8조1316억원)의 18%에 불과했다. GS건설 다음으로는 포스코건설(0.6), 현대건설(0.46), 대림산업(0.36) 순이었다.

반면 5대 건설사를 포함한 시공능력평가 상위 50개 건설업체 중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39개 건설사의 총 PF 대출잔액은 상반기 기준 37조7586억원으로 지난해 말(41조1703억원)보다 8.3% 감소했다.

그래픽=조경표

대형 건설사들은 2009년부터 ABCP를 활발하게 발행해 사업자금을 조달해 왔다. 그러나 PF 대규모 부실 사태를 겪은 뒤 올 상반기에는 ABCP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ABCP란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어음으로 중견 업체보다는 신용도가 높은 대형 건설사들이 주로 발행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ABCP는 지난해 16조8000억원이 발행됐으나 올 상반기에는 6조5736억원에 그쳤다. 성호재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건설업종의 PF 우발채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발행 건수가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ABCP는 만기가 되면 차환발행(만기 상환에 맞춰 채권을 다시 발행하는 일)을 하는데, 최근엔 만기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지난해 2분기엔 전체 ABCP중 53.4%(발행금액 기준)의 만기가 6개월~1년이었으나 올 2분기에는 6개월 이하 ABCP가 42.2%로 가장 많았다. 성 애널리스트는 “현재 발행잔액 22조원 중 17조5000억원이 6월말 기준으로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라며 “건설업종에 대한 신용경색이 심화돼 차환발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사들이 ABCP를 차환발행하지 못하면 그대로 돈을 물어줘야 하기 때문에 현금 흐름이 악화된다. 한국투자증권의 김기명 애널리스트는 “A등급 건설사의 ABCP는 차환발행에 성공하고 있다”면서도 “ABCP의 매수자가 기관에서 개인으로 전환되고 개인들이 최근 ABCP에 등을 돌리는 것으로 알려져 매수세가 약해질 경우 유동성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