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스마트폰 사업부 총책임자인 앤디 루빈 수석 부사장과 삼성전자·LG전자에 얽힌 과거사에 대한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루빈은 2003년 안드로이드란 회사를 설립해 스마트폰용 운영체제를 개발하다가 2005년 사업을 구글에 매각했고, 이후 구글에 입사해 구글의 스마트폰용 운영체제 사업을 이끌고 있는 인물.

삼성전자 이기태 전 사장은 18일 루빈이 구글보다 삼성전자에 먼저 안드로이드를 팔겠다고 제안했지만 자신이 이를 거절했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구글 전문가로 유명한 스티브 레비의 저서 '구글 안에서(In the Plex)'에 루빈이 2004년 삼성전자를 방문해 "안드로이드를 사라"고 제안했으나, 사업부장(Division head)이 "당신 회사 직원은 8명이지만 우리는 그 분야에만 2000명이 일한다"고 면박을 주며 거절했다는 것.

루빈 現구글 부사장(왼쪽)과 이기태 前삼성 휴대폰 사업부장

당시 휴대폰 사업부장이었던 이기태 연세대 교수는 "책에 실린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루빈은 당시 데인저(Danger)라는 디자인 회사 부사장 자격으로 회사를 찾아와 휴대전화 디자인을 사라고 했지만 우리가 개발해 특허까지 보유한 기술이라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드로이드 이야기는 듣지도 못했다"고 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 시각) 익명의 제보자를 인용해 '루빈이 2007년 중반 LG전자에 세계 최초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한 휴대전화를 만들어 달라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LG전자가 거절하는 바람에 앤디 루빈은 대만의 휴대폰업체인 HTC와 접촉했고, HTC가 최초의 안드로이드폰 G1을 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HTC는 성장을 거듭, 지난 6월 기준으로 미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 업체로 도약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LG전자 측은 "사업 파트너가 한 말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는 업계의 불문율을 지키겠다"며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당시 관계자들은 "그런 제안을 받지 않았다"고 말한다.

업계에서는 LG전자 관계자들의 주장에 일면 설득력이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HTC가 G1을 출시한 것은 2008년 10월이다. 단기간에 휴대전화를 개발하는 것으로 유명한 한국 업체들도 신제품을 개발해 출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보통 1년 6개월이다.

업계 관계자는 "2007년 중반 LG전자가 거절한 다음 HTC가 개발을 시작했다면 다음해 10월 제품을 출시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드로이드가 시제품 단계였기 때문에 제품 개발과 출시에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