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올해 당초 예상했던 4%대의 경제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유럽·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재정위기로 경기가 둔화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소는 14일 '세계 주가 폭락, 성장궤도 하향의 서막인가'라는 보고서에서 "세계 경기 둔화로 수출의 활력이 낮아질 경우 국내 경기에도 불리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연간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됐던 4% 대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에 대한 근거로 앞으로 미국 측의 수요가 줄어들 수 있어 국내 수출 경기도 빠르게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내수부문의 성장이 늦어지고 수출이 성장을 주도해온 만큼 수출에 타격을 받게 되면 국내 경기가 다시 하강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990년 30% 수준에서 지난해 10% 내외로 줄었다. 하지만 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의 수입과 세계 수입 변화의 상관관계는 0.69로 높다. 미국의 수입이 감소할 경우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세계 경기가 둔화될 때 내구재 교역은 더 크게 줄어들게 된다. 이창선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지난 2008~2009년 세계 경기 침체기간 중에 평균 교역증가율은 -0.65%를 기록했지만 전자제품·자동차 등 내구재 부문 교역은 -13.9%로 훨씬 크게 위축됐다"며 "내구재 수요가 둔화되면 전자부품 등의 수요도 줄어들어 이들 부문의 비중이 큰 우리나라의 수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반도체나 액정표시장치(LCD) 등 공급과잉 우려가 큰 부문의 수요가 둔화되면 가격이 더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

또한 연구소는 우리나라 외환 부문의 건전성은 좋아졌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확대될 경우 유럽계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자금 회수가 빠르게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우리나라의 주가는 급락했지만 채권에는 외국인의 투자자금이 여전히 유입되고 있어 리먼 사태때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외환부문의 건전성도 좋아져 외국인의 주식과 채권투자자금은 크게 늘어난 반면 단기외채는 줄어들었다. 리먼 사태 이전인 2008년 6월 단기외채가 총 외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8.2%였지만 올해 1분기 말 현재 38.4%로 낮아졌다. 외환보유액도 2581억 달러에서 3110억 달러로 확대됐다.

하지만 재정위기가 지속될 경우 유럽계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자금을 빠르게 회수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문제다.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이 유럽계 금융기관들로부터 차입한 비중은 6월말 기준으로 36%에 달한다.

이 연구위원은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되거나 국제금융 불안이 확산될 경우 유럽 금융기관들의 달러화 자금에 대한 자금 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며 "유럽 금융기관들의 자금 회수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아직 우리 금융시장이 국제 금융 불안이 악화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로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연구위원은 우려했다.

따라서 연구소는 정부가 외화유동성 악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국제 금융 불안이 지속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이 주식, 채권, 외화차입금으로부터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 금융위기 때 크게 효과를 봤던 외환 스왑(교환) 라인을 개설하는 것을 포함해 비상시 외화유동성 확보에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과도한 자본유입과 뒤이은 대규모 자본유출로 금융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국내 물가 불안이 지속되는 만큼 긴축기조를 유지하되 세계 경기가 계속 불안할 경우 정정부가 경기에 중점을 두는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소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