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개인 동의 없이 스마트폰 주변 위치 정보를 저장한 애플코리아에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하는 한편, 위치 정보를 암호화하지 않고 스마트폰에 저장한 것에 대해 시정명령를 내렸다. 또 사용자 동의는 받았으나 위치정보를 암호화하지 않은 채 스마트폰에 보관한 구글코리아에도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방통위의 이번 조치에 대해 솜방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애플 ‘300만원·시정명령’, 구글 ‘시정명령’

방통위는 3일 제 45차 전체회의를 열고 애플·구글에 대한 이 같은 행정처분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앞서 방통위는 지난 4월 25일과 27일 애플·구글 본사에 위치정보 수집 행태에 관해 공식 질의서를 전달한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두 회사로부터 답변서를 받았으며, 7월 각 회사의 본사를 방문해 위치정보시스템 현장점검도 실시했다.

방통위 조사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6월 22일부터 올해 5월 4일까지 아이폰 사용자가 기기 전원을 껐을 때도 위치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치정보에는 스마트폰 주변 기지국·위도·경도·시간 등이 포함됐다. 기기 전원을 끄면 위치정보 수집 동의를 철회한 것으로 간주, 더 이상 정보를 수집해서는 안된다.

애플은 이에 대해 아이폰 소프트웨어(SW) 오류 탓에 전원을 끈 상태에서 위치정보가 수집됐으며, 최근 이를 시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애플과 구글은 스마트폰에 저장하게 돼 있는 캐쉬(cache) 정보를 암호화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각각 시정명령을 받았다. 캐쉬는 스마트폰이 보다 빠르게 위치를 파악하도록 위치정보를 스마트폰 내에 일시적으로 저장한 것을 의미한다.

◆ 2010년 매출 2조 애플코리아, 과태료 300만원으로 끝?

이번 방통위 처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동의 없이 위치정보를 수집한 점은 법정 과태료 상한이 300만원(첫 위반)으로 정해져 있지만, 위치정보를 암호화 하지 않은 것은 관련 매출의 1.5% 까지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 측은 “애플·구글이 위치정보를 암호화 하지 않고 저장한 것은 맞지만, 아직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한 매출이 없기 때문에 과징금을 매길 수 없다”며 “법적 자문도 받아봤으나 시정명령 외에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애플코리아가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얻은 매출이 2조에 달하지만, 이 중 위치정보 기반 사업에서 얻은 매출은 전무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석제범 방통위 네트워크정책국장은 “향후 법규 위반 사업자에 대해 합리적인 제재가 가능하도록 과태료 상한액을 높이고 차등화된 처분이 가능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며 “위치정보 기반 매출이 없는 경우에도 과징금 처분이 가능할 수 있게 정액 과징금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 애플 집단소송에 영향 미치나

이번 방통위 행정처분이 현재 진행중인 애플 집단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방통위가 애플의 위치정보수집 과정의 위법성을 인정한 만큼, 법정에서 참작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애플 집단소송을 준비 중인 김형석 법무법인 미래로 변호사는 “현재까지 규명된 사실만 가지고도 충분히 승소할 가능성이 크다”며 “애플이 수집한 위치정보가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지 여부는 법정에서 다시 소상히 가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 달 31일 1차 소송인단 모집을 마감했다. 늦어도 다음주 중에 서울중앙지법 또는 창원지법에 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