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째 5000만원을 유지하고 있는 1인당 예금자보호 한도액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에서 나왔다. 그러나 금융계에서는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저축은행 부실 현황 및 과제'라는 현안 보고서를 통해 "지난 2000년 설정된 예금자보호 한도액 5000만원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나 당시와 비교해 물가가 급속히 뛴 데 따라 액수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영업정지 등의 이유로 금융기관이 예금을 지급해주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원리금을 합쳐 최대 5000만원을 고객들에게 대신 지급하고 있는데, 저축은행 고객 보호를 위해 이 같은 예금자보호 한도액을 증액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다른 나라의 한도액이 (우리나라에 비해) 매우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국 중 예금자보호 한도액이 1억원 이하인 국가는 우리나라와 터키(3700만원), 에스토니아·핀란드(이상 7900만원) 등 4개국뿐이다. 터키가 가장 적고 그 다음이 우리나라라는 것이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주요 국가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예금보호 한도액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미국(2억7500만원), 일본(1억3500만원), 캐나다(1억1400만원) 등이 1억원 이상이며, 상당수 유럽 국가도 10만유로(약 1억5000만원)를 한도액으로 잡고 있다. 국가적인 재정 위기를 맞았던 아이슬란드·포르투갈 등 4개국은 전액을 보장한다.

그러나 금융계에서는 예금자보호 한도액을 상향 조정하는 데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다. 오히려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저축은행들이 본연의 경쟁력을 키우기보다는 5000만원까지 정부가 보장해준다는 점을 내세워 고금리로 예금을 끌어모아 무분별하게 덩치만 키워왔고, 그에 따라 부실 경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정찬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일단락되고 난 이후에 장기 발전 차원에서 예금자보호 한도액의 축소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예금자보호 한도액을 올리더라도 저축은행들의 재정 건전성에 따라 예금보험 요율을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정 상태가 좋은 저축은행은 예금보험료를 덜 내고 그렇지 않은 저축은행은 예금보험료를 더 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