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환헤지 비율은 10%대 환율 하락 직격탄 우려

“수출 계약 금액이 들어오면 100% 환헤지를 하다시피 하고 있다. 환율 때문에 경영 여건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원칙 때문이다.”(삼성중공업)

“환율이 1050원대로 내려갔지만 큰 차이는 없다. 거래가 이뤄질 때는 달러를 기반으로 자금이 오고가기 때문에 환율이 변한다고 사업에 큰 영향을 주진 않는다.”(STX팬오션)

지난 10일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1057원을 기록해 약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지기 직전의 수준으로, 전문가들은 앞으로 환율은 떨어질 일만 남았다고 전망한다. 과거에는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 기업들이 입을 타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분위기가 달라졌다. 환율 하락 폭이 예상한 수준인데다 기업들이 ‘학습효과’를 통해 내성을 키웠기 때문이다.

◆ 주요 기업들 “환율 하락 영향 미미”

주요 중공업체와 조선사들은 현재 환율 하락이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아직까지는 예상한 수준이라는 이유에서다. 전국경제연합회가 600대 기업(매출액 기준)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56%가 올해 연중 최저 환율이 1000~1050원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1000원 미만도 28%나 됐다.

과거보다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 시장이 다양해진데다 결제 통화도 유로화 등으로 다변화하면서 환율이 같은 수준으로 하락할 때 그 영향력은 과거에 비해 약해졌다”며 “가격에 의존하던 우리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진 점도 한몫 했다”고 말했다.

달러 중심이던 결제 통화가 다양화하면서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줄었다는 것이다. 비중이 늘고 있는 유로화나 위안화는 강세를 이어가며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의 영향력을 상쇄하고 있다.

항공업체처럼 달러 하락의 반사이익을 누리는 곳도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항공업계는 환율이 떨어지면 이익이 난다”며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연간 76억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하지만 10원이 오르면 그만큼 영업손실이 생긴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은 직격탄

"중소기업들도 1050원대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점은 대부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기 입장에서 어려운 점은 환헤지를 못하는 것입니다. 중기들은 키코에 당한 기억 때문에 환헤지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곳이 많습니다."(시화공단의 인조 가죽 수출업체)

그러나 중기 사정은 다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상반기 수출 중기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조사업체의 86.4%가 환율 하락은 채산성에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아예 환위험 관리를 하지 않는 곳이 25%였고, 파생상품을 통한다는 곳은 12%로 대기업에 비해 미미했다.

최근 물가 안정을 위해 환율 하락을 용인하는 정부의 외환정책이 계속되고, 달러 약세가 이어진다면 수출 중기들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양적완화가 종료됐지만 여전히 선진국의 유동성이 풍부하게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신흥국 통화 강세는 이어질 것”이라며 “환율이 1000원대 초반까지 빠르게 하락한다면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중기들은 고스란히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